중국 천주교 지도부가 지난해 12월 27~29일 베이징에서 제9차 중국천주교전국대표회의를 열고, 5년 임기의 중국천주교애국회와 중국주교회의 대표들을 선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현 지도부가 재선돼,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 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의장으로는 불법 서품된 마잉린 주교(쿤밍교구장)가 다시 뽑혔으며, 교황청과 중국 정부 양쪽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팡싱야오 주교(린이교구장)가 애국회 주석으로 연임됐다. 부의장단과 부주석 등 두 단체의 지도부도 대부분 현직 인사들로 다시 선출됐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의 31개 성을 대표해 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 정부 당국자 등 365명이 참가했다. 회의에서는 애국회와 주교회의 주요활동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교황청은 두 단체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지역 최대 가톨릭 통신사인 UCAN에 따르면, 부의장단 주교 대부분은 교황청과 중국 정부 양측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주교들이다. 특히 한국 언론이 “중국 천주교 단체 지도부에 교황청이 인정한 주교가 처음으로 선출됐다”고 보도한 선빈 주교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애국회 부주석을 역임해왔으며 이번 회의를 통해 주교회의 부의장 직위를 추가하게 됐다.
이번 중국천주교전국대표회의는 교황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열려 중국 내외의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였다. 현재 교황청과 중국은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종교사무국의 왕줘안 국장은 회의 첫날인 27일, “중국은 교황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분명하고도 지속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고 강조했다. 왕 국장은 “중국은 원칙에 따라 교황청과의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차이점을 줄이고, 합의점을 늘리며, 양국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교황청과 독립된 자립교회를 원하고 있으며, 교회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운영하길 바라고 있지만, 교황청은 교회의 원칙을 어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교황청이 요청했던 ‘긍정적 신호’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왕 국장은 교황청이 양국의 관계 증진을 위해 좀 더 유연하고 실용적이며 실제적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희망했다.
교황청은 이번 회의에 앞서 12월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중국 정부에 신자들이 교황청과의 협상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긍정적 신호”를 보여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