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아침, 아강그리알은 너무나 바빴습니다.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끝내고 봉사자들과 함께 쉐벳을 향해 달렸습니다. 시속 40㎞를 넘나드는, 이곳 도로 위에서는 정말 엄청난 과속을 해서 정확히 9시 3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아침부터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쉐벳성당에서 오전 9시에 종신서원식 미사가 봉헌되기 때문입니다.
쉐벳성당 이웃에는 세 분의 콤보니 수도회 수녀님들이 살고 있습니다. 각각 멕시코, 에콰도르, 엘살바도르에서 오셔서 콤보니 성인의 모범을 따르는 분들입니다. 그 중 엘살바도르에서 오신 아수세나 수녀님께서 이날 종신서원을 하셨습니다. 저희는 새로 지은 쉐벳 대성당(?)에서 수많은 신자들과 함께 종신서원식 미사를 봉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쉐벳에 도착해보니 사제관에 딸린 작은 경당에서 서원식 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종신서원을 하게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 가족은 물론 많은 교우들의 축하 속에서 마지막 서원을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종신서원식 미사 또한 주교님께서 오셔서 집전해주시지요. 쉐벳에서의 종신 서원식 미사는 본당 신부님이신 정지용 신부님께서 주례하셨습니다.
주바에서 콤보니 수녀회 관구장 수녀님께서 오시고, 쉐벳본당 청년들과 아강그리알본당 식구들, 그리고 근처 NGO에서 일하시는 신자분들이 함께 모여 축하해 주었습니다. 30여 명이 들어가는 작은 경당에서 하느님께 자신의 온 삶을 봉헌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린 수녀님을 보면서 이렇게 낮고 초라한 모습으로 엎드리는 봉헌자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작고 초라해 보이는 서원식이었지만, 경당 안은 경건함으로 가득 차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본당 청년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마음으로 바치는 기도가 경당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수세나 수녀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수녀님은 아무런 깔개도 없이 바닥에 엎드리고, 모두가 무릎을 꿇고 성인 호칭기도를 바칠 때, 제 자신 또한 한없이 낮아짐을 느꼈습니다. 서품식 때 엎드려 하느님께 봉헌하던 제 자신의 모습과 선교사로 파견되던 미사가 떠올랐습니다. 사제로서 선교사로서 첫 마음을 상기하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수녀님은 완전한 콤보니 가족이 되어, 선교사의 길을 걸어가겠지요. 저는 서원식을 참례한 청년들의 마음이 궁금했습니다.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수도자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직까지는 딩카족 젊은 여성이 수도자로서 삶을 봉헌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마 딸이 수녀원에 간다고 하면, 아버지는 수녀원에 소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수녀님께서는 종신서원식이 끝나고 딩카 젊은이들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날이 오기 바란다며 당신의 바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성소자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 성소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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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