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타케展 갖는 정미연 작가, 시민단체와 만남
“종교를 넘어 예술 안에서 하나돼”
식물학자 타케 신부 기리는 전시
12일까지 대구 드망즈 갤러리서
정미연 작가가 지난해 12월 28일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 갤러리에서 열린 대구시민학교 ‘민립의숙’ 회원들과 만남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서양화가 정미연(소화데레사) 작가가 지난해 12월 22일부터 1월 12일까지 대구 범어대성당 드망즈 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전시회 ‘하느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에서 에밀 타케 신부님을 만나다’. 이 전시는 제주도 왕벚나무 자생지를 밝혀낸 에밀 타케(Emile J. Taquet, 1873~1952) 신부의 삶과 영성, 식물학자로서 업적을 기리는 자리다.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에 온주 밀감을 처음으로 들여와 감귤 농업 기반을 마련했고, 우리나라 구상나무를 크리스마스트리의 표준으로 세계에 전파했다. 성직자이며 식물학자인 에밀 타케 신부를 그린 전시에 신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관심을 보였다.
12월 28일 오후 3시, 대구시민학교 ‘민립의숙’(民立義塾) 회원 30여 명이 2016년 마지막 현장 수업을 범어대성당 드망즈 갤러리에서 가졌다. 주제는 정미연 작가와의 만남.
정 작가는 “작가는 감동이 있을 때 작품을 완성하는데, 타케 신부님 사진 2장을 받고 어떻게 풀어야할지 처음엔 막막했다”고 말했다. “타케 신부님께서 쓰신 편지를 읽었어요.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당시, 가난한 신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물질적 지원이 아니었을까요. 신부님의 사랑을 느낀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시회 의미를 소개하며, 타케 신부를 그린 25점의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각지를 다니며 식물을 수집하고 가난한 교인들을 위해 헌신하신 신부님의 길 위엔 교회에 대한 사랑이 있었습니다.” “젊은 날 선교로써 한국교회의 밑거름이 되신 신부님께서는 지금 이곳에서 향기로운 꽃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이날 정 작가와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신자가 아니었지만 종교적 주제를 담고 있는 200여 점 작품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김정희씨는 “종교를 초월해서 하나로 통하는 힘을 느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가슴에 와 닿는 감동을 느꼈다”면서 “정 작가님의 이야기에서 절제와 함께 단순화시키는 매력을 느꼈는데, 오늘날처럼 난제가 많은 때에 단순함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의신(빈첸시오·65·대구 이곡본당)씨는 “바오로 사도의 전도여행을 그린 작품을 보면서 성경 속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정 작가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종교화가로서 신자들이 아닌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는 처음이었어요. 그들의 눈빛에서 종교를 떠나 예술 안에서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됐습니다.”
정 작가는 올해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부터 대구주보 1면에 작품을 싣는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