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2017년 새해에도 독자 여러분께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매번 추위와 눈을 보면서 성탄과 새해를 맞았는데, 폭염 속 성탄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성탄미사 때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미사를 봉헌하는 제 모습이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한국에 여름휴가가 있듯 남미도 지금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됐습니다. 보통 2주에서 3주 정도의 긴 휴가 기간 중, 칠레 관광지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그나마 돈이 있고 인맥이 있다면 바다와 펜션 등을 찾아가지만, 제가 있는 곳의 많은 사람들은 그저 집에서 긴 휴가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도 올해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봐야겠네요.
성탄이 오면 본당에서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다. 각 공소마다 가난한 가정을 조사해서 명단을 만들고 그것을 부자동네에 보내는 것입니다. 그곳에는 ‘까리따스’라는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은 가난한 본당에서 보내온 명단에 맞춰 각 가정에 한 상자씩 성탄선물을 보내줍니다. 상자 안에는 포도주를 비롯해 한 끼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담겨 있습니다. 닭 한 마리도 따로 선물해 줍니다. 이것을 두고 성탄상자(caja navideña)라고 합니다. 가정 중심 문화가 아직 남아있는 칠레에서는 성탄 밤 미사가 끝나고 저마다 만찬을 갖습니다. 젊은이들도 이날 만큼은 친구들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보낼 정도로 중요하게 여깁니다. 가족끼리 모여 고기를 굽고 술을 나누며 밤새 이야기를 꽃을 피웁니다. (정말 밤새, 오전 6~7시까지 먹고 노는 집이 있어 이날은 잠을 잘 수 없답니다. 결국 25일 아침미사 3시간 전에 살짝 눈을 붙일 수 있었답니다.)
문석훈 신부가 성탄 미사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시간을 갖기 어렵습니다. 옆집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겨오는데 먹을 것은 싸구려 빵과 버터 같은 흔한 음식뿐이죠. 그래서 이날만큼은 모두가 성탄의 기쁨을 나누도록 상자를 여러 단체에서 선물해주는 것입니다. 참으로 기쁜 날 어느 한 곳에서는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이날이 참으로 거룩할 수 없기에 이들은 그렇게 작은 상자에 사랑을 담아 나누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기쁠 때 우리는 환호하고 소리 내 웃곤 합니다. 기쁨은 마치 샘물처럼 안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복음이라는 기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그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저마다 세상에 나아가 선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합니다. 반면에 나만 기쁘고 혹은 우리끼리만 기쁜 것은 어쩌면 개인주의화 돼버린 우리 사회의 차갑고 쓸쓸한 모습일 것입니다. 지난 연말, 연일 쉼없이 타올랐던 촛불은 어쩌면 그렇게 나만 기쁘고자, 자신들끼리만 행복하고자 했던 이들의 차가움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분명 우리는 구원을 보았고, 때문에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기쁨은 세상이 추구하는 것에 있지 않고, 참으로 사랑을 보았고, 그 사랑을 나누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기쁨입니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나눔으로써 삶의 의미를 알고,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눈을 다시금 크게 뜨고 우리 주변을 더 살펴봅시다. 분명 여러분 안에 있는 큰 사랑이 여러분이 나아가야 할 그곳으로 여러분을 재촉하고 있을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eliz año nue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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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