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내 과밀수용은 위헌’ 결정 이끈 강성준 인권운동가
“1인당 1.24㎡ 좁은 공간… 인간 존엄 침해”
공간 활용·교도관 충원으로 해결 가능
교도행정·재소자 인권에 변화 기대
한 명의 인권운동가가 수감시설 재소자 인권 향상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강성준(사무엘·42) 활동가는 지난해 12월 29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구치소 내 과밀수용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아냈다. 헌재가 교도소나 구치소 내 과밀수용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교도행정과 재소자 인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위헌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내력은 10년 전인 2007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활동가는 서울 홈에버 월드컵몰점 인근에서 열린 비정규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회에 참석했다가 업무방해죄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약식기소 됐다.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거치는 5년 간의 법정 투쟁 끝에 집시법 위반은 무죄, 업무방해죄는 유죄 취지로 7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그는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2012년 12월 7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자진출두해 하루를 유치장에서 보낸 뒤 노역 수형자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1일 5만 원으로 환산해 14일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2012년 12월 20일 형기만료로 석방된 강 활동가는 2013년 3월 천주교인권위 유현석 공익소송기금을 지원받아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과밀수용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강 활동가가 수감됐던 서울구치소 13하 14실(13동 1층 14번째 방) 표지판에는 거실 면적이 8.96㎡, 정원은 6명으로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 측정한 결과는 7.419㎡였고 싱크대와 보관대를 뺀, 현실적으로 사용가능한 면적은 6.687㎡에 불과했다.
싱크대와 보관대가 차지하는 넓이를 포함하더라도 정원 6명이 수감된 경우 1인당 차지하는 면적은 1.24㎡(가로·세로 1.1m)여서 성인 한 사람이 팔다리를 뻗을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이다. 강 활동가는 구치소 안에는 규정상 자를 반입할 수 없어 편지지를 이용해 수치를 측정했다.
그는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왔다고 해서 수감시설에 즉각적인 변화가 오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이번 위헌 결정을 근거로 과밀 수용 피해를 당한 수감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있어 국가를 압박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지만 전국 교도소에는 비어있는 사동(舍棟)이 상당수 있고 교도관 인력을 확충한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사동 운용이 가능하다”고 과밀수용 해소 방안을 제시했다.
법무부가 2015년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6월 현재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 수용 정원은 4만 6700명이지만 실제 수용인원은 5만 3990명으로 수용률은 115.6%였다. 위헌 결정의 직접 계기가 된 서울구치소는 정원 2200명에 실제 수용인원이 3123명이어서 수용률이 142%나 됐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