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체 복무 허용해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 ‘병역법 개정 법률안’ 발의
양심에 의한 병역 거부 이유로 징역형 처벌은 ‘자유 침해’
대체복무제 악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심사 절차도 마련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프란치스코·55·수원교구 안산 대학동본당) 국회의원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대체복무제 공론화에 앞장서고 있다.
같은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 법률안은 17대 국회(2004~2008년)와 18대 국회(2008~2012년), 19대 국회(2012~2016년)에서도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를 거듭해 왔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는 제6회 이돈명인권상 수상자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전쟁없는세상’을 선정·발표해 대체복무제가 우리 사회의 피해갈 수 없는 화두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전해철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 법률안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사회복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 육군 복무기간(현 21개월)의 1.5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일하는 대신 집총(執銃)을 해야 하는 군부대, 교도소 경비교도대 등에는 복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대체복무위원회’를 구성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체복무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
전 의원은 “양심에 의해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대체복무제가 병역 면탈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한다면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양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18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법원(광주지방법원 형사 제3부) 항소심이 최초로 무죄 판결을 내려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에 새 전기를 부여했다. 그동안 1심 판결에서는 여러 차례 무죄 선고가 나온 적이 있지만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서 대법원 판결도 전향적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광주지법은 항소심 무죄 판결 이유에서 유엔(UN) 자유권 규약,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등 양심적 병역거부를 권리로 인정하는 국제적 추세를 제시하고 “병역법은 특수한 가정 환경이나 귀화 등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해 주고 있는 만큼 양심적 병역거부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행 병역법 제8장 ‘병역의무의 연기 및 감면’에는 ‘가사사정’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 대상자를 전시근로역이나 보충역으로 처분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현역병 입영 후 가사사정이 발생될 경우에는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예외없이 처벌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현 상황은 국가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관례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인원은 400여 명이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교리상 집총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 신자들이다. 종교와 무관하게 평화를 추구하는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고 형사처벌을 감수하는 이들도 소수 수감돼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