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품 16년 차에 한국서 대학원을 다니며 영화를 배우고 있는 존 라러 신부.
“영화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스미디어입니다.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제로서 영화인으로서 영화를 통해 예수님이 가르치신 삶의 참된 가치와 선한 의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영화’는 꿈이었다. 그리고 항상 좋은 친구였다. 어느 날 보게 된 롤랑 조페 감독의 영화 ‘미션’(Mission)은 큰 감동이었다.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 문을 두드리게 했고, 영화 속 가브리엘 신부의 모습처럼 선교사를 지원하게 했다.
존 라러(John La Raw) 신부(미얀마 미치나교구)는 영화 전공을 위해 한국에 유학 온 독특한 이력의 사제다. 서품 16년 차, 마흔의 나이인 그는 2013년 7월 한국에 와서 현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다. 3학기 과정을 마쳤고 졸업까지는 2학기를 남겨둔 상태다.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같은 아시아권 문화의 국가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영화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부분이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 역동적인 한국 가톨릭교회의 모습도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싶었다.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된 교회의 역사도 흥미로웠다.
“젊은 학생들과 공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영화 공부를 맘껏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라러 신부. 그에게 2016년은 영화학도로서 새로운 전기가 된 해였다. 직접 제작 감독한 영화 ‘고백’(The Confession)이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후원하는 제7회 국제가톨릭영화제(The International Catholic Film Festival)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것.
어린 시절 뺑소니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던 한 사제가 어느 날 고해소에서 사고 운전자의 고백을 듣게 된다는 이 영화는 ‘용서’와 ‘자비’, ‘죄’의 문제를 통해 진정한 용서의 힘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러 신부는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았음에도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이 부각된 메시지가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얀마 사회의 마약 중독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취재와 촬영을 마치고 편집 작업 중이다. ‘세계 2위의 마약 생산국’ 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미얀마에서 특히 젊은이들의 중독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그의 고향 카친스테이트의 경우 중독자 수가 20만 명을 헤아린다. 마약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 마약을 재배하는 농민과 마약 활동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정부 무장단체, 부패한 군부와 경찰 권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해외 각 영화제에 출품해서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다”는 라러 신부는 “사제이면서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고국 미얀마의 현실 고발은 소명인 것 같다”고 들려줬다.
앞으로 그는 “영화를 통해 특히 젊은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청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그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면 영화 아카데미나 영화 학교 등을 설립해서 영상 선교의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01년 미치나교구 소속 사제로 서품된 라러 신부는 사회복지시설과 국경 빈민 지역 등에서 사목했으며 필리핀 라디오베리따스에서 미얀마어 방송을 맡은 바 있다. 필리핀대학교에서 매스미디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