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닌 근본적인 능력들이 공동체 안에서 인정받고, 이해받고, 공감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생각해본다. 감사의 표현을 적은 작은 쪽지를 통해, 길거리에서 주고받는 은근한 미소를 통해, 아프고 힘든 일을 겪은 이들 곁에 함께 있으면서 느끼는 ‘공감’들은 인간이 삶의 목적을 잃지 않도록 돕게 할 것이다. 실천교리교육의 교수방법에서도 ‘관계 중심의 영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실천교리교육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두 사람이 있다. 프란츠 케트 선생(Franz Kett, 1933~, 독일)과 에스터 카우푸만 수녀(Esther Kaufmann, 1944~, 독일)다.
이들은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관계를 통해 마음으로 하는 교육’을 찾고 갈구했다. 또 인간 자체가 관계 안에서 왔고, 관계맺음으로 참된 인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실천교리 수업에서는 자주 ‘관계를 맺는 연습’, ‘놀이’를 경험하게 한다. 굵은 밧줄로 서로 연결시키거나, 서로 바라보며 사람의 특징으로 누군가를 찾거나, 함께 발견해 나가는 작업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과 공동체, 나와 하느님이 관계를 맺도록 한다. 이 관계맺음의 결과물로 공동체 구성원의 중앙에는 바닥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인간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청년 예비신자 교리시간의 작업 결과물. 참여자들은 땅, 하늘, 이웃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고, 질문하고, 바닥에 각자의 생각을 펼쳐나갔다.
소개된 사진은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진행한 ‘청년 예비신자 교리시간’의 결과물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명으로 태어남을 표시하기 위해, 먼저 하늘과 땅의 색인 천을 공동체가 함께 중앙에 둔다. 이때 대상에 따라 하늘과 땅에 대한 삶의 체험을 나눌 수 있다.
이어 굵은 밧줄로 인간모형을 함께 그린다.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선사받아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 땅으로부터 모든 먹거리를 얻고 생명을 유지하는 인간, 그러나 하늘을 향해 자라는 인간, 그리고 심장을 중심으로 두 팔을 펼치며 이웃과 관계를 맺어가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여자들은 땅, 하늘 그리고 이웃 각각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고, 질문하고, 그림처럼 바닥에 내 생각을 펼쳐나간다. 이어 ‘인간은 누구인가’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에 대한 텍스트를 읽거나, 리더의 나눔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업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결말 부분에서 다양한 관계맺음의 작업들이 있다. ‘리더가 종을 치는 수만큼의 사람이 앞에 나와서 주제에 맞는 모양대로 서보기’, ‘십자모양 등 관계를 촉구하는 다양한 몸의 동작들을 통해 이야기 안으로 몰입하여 교수내용과 관계 맺기’ 등이다. 이들은 교육의 현장 안에서 인간의 오감각을 통해,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신앙의 내용을 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김 마리 아니마 수녀(노틀담수녀회) 실천교리교육연구소 소장
중앙대 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해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실천교리교육협회 회원으로, 지도자양성 자격도 취득한 바 있다. 97년부터 실천교리교육연구소장을 맡아, 교사·수도자 등 가톨릭 교육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