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5일 백악관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정책 반대시위에서 한 여성이 “장벽이 아닌 다리”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CNS
【외신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민 입국 금지,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 비인권적 이민정책을 실시하자, 미국교회 지도자들이 이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1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주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순간”이라면서 “폭력과 억압,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온 난민을 되돌려 보내고 특히 이슬람인의 입국을 막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미국의 가치관에도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4개월 동안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시리아 난민의 미국 입국을 무기한 금지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더욱이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의 주요 이슬람국가 국민에 대한 비자발급을 일시중단하고, 이들의 입국을 90일 동안 금지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도인 난민의 경우에 입국 우선권을 줄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미국의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은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로 고통받고 있지만, 이슬람인을 포함해 폭력 등 또 다른 형태의 박해를 받고 있는 타종교인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피치 추기경은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는 ‘이슬람 반대’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행정명령은 주요 이슬람 국가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그리스도인과 비이슬람 소수종교인에게는 예외조항을 두는 행정명령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미국으로 오는 이슬람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가 미국이 미국의 가치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미국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장벽 건설 방침을 두고도 반대 입장에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5일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미국 주교회의 이주위원장 조 바스케즈 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가정을 찢고 공동체 안에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바스케즈 주교는 장벽이 “여성과 아이 등 취약한 이주민이 인신매매집단의 먹잇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경을 두고 평화롭게 서로 연결된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스케즈 주교는 “벽을 세우는 대신, 우리 주교들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세우고, 소외와 착취라는 장벽을 무너뜨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권적 이민정책은 1월 23일 ‘멕시코시티 정책’ 부활로 얻은 교회 지지를 되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멕시코시티 정책은 낙태를 지원하거나 실행하는 단체에 대한 연방정부 재정 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으로, 가족계획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막는 것이 목표다. 미국 주교회의 생명운동위원장 티모시 돌런 추기경은 트럼프의 멕시코시티 정책 부활에 “이번 조치는 연방정부가 가장 중요한 인권인 생명권을 존중하도록 정책을 시작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