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공동체는 박해시대부터 이어온 신앙공동체입니다. 구산성당의 원형 이전은 더욱 일치·화합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신자들의 염원과 교회의 배려로 이뤄진 사건입니다.”
수원교구 구산본당은 1956년 세운 옛 성당을 통째로 220m 이동시켜, 원형 그대로 새 성당 부지에 옮겼다. 구산본당 주임 김봉기 신부는 성당 원형 이전의 의미를 공동체에서 찾았다. 성당 자체는 과거에서 온 유산이지만, 원형 이전으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공동체에 더 큰 의미를 준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그 계기를 준 것이 신자들을 사랑하는 교회의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성당 보존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이용훈 주교님께서 실향민과 같은 신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독려하셨고, 이에 용기를 얻어 원형 이전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성당은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때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구산본당을 방문, 본당 신자들에게 힘을 주면서 원형 이전이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성당 건물 자체도 큰 의미를 품고 있다. 성당은 180년 전 형성된 구산 교우촌의 신앙공동체가 세운 건물로, 박해를 딛고 일어난 교우촌의 역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도시역사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신부는 “이전한 성당은 소규모 혼배·장례나 성체조배 등 신자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은 마쳤지만, 어려움은 여전히 산적해있다. 60여 년 된 콘크리트 건물의 원형 이전 자체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일이다 보니 예상보다 큰 비용이 발생했다. 이전한 성당을 보수해 원형 그대로 살리는 작업도 남아 있다. 김 신부는 직접 성당 복원 작업에 참여해 보수비용을 줄이고, 또 이를 신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로 삼을 생각이다.
“옛날 신부와 신자들이 손수 성당을 지으며 공동체를 이뤘던 것처럼, 뜻있는 신자들과 함께 우리 손으로 성당을 수리해 나가려 합니다. 원형 이전한 구산성당은 신자들의 정성을 통해 더욱 큰 가치를 드러내는 성당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