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을 할 때 일입니다. 한 평 남짓한 집 정면에 숯으로 큰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House is small but Welcome is Big.” 이게 무슨 뜻인지 잠깐 생각하던 제 입가에 작은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내 집은 비록 작지만 언제든 누구든 환영한다’는 주인의 아주 거대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곳 사람들은 비록 가진 것은 없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교구장 주교님께서 이곳에 처음 오셔서 각 공소지역을 방문하실 때 일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필요하거나 힘든 것을 물어보셨는데, 가는 곳마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이 어떤 공소에서는 병원을 지어달라고 하고 어떤 공소에서는 학교를 지어달라고 했습니다. 또 가장 큰 공소에서는 공소를 본당으로 승격시켜 달라고 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본당 공소 중에 가장 작은 공소인 ‘까솜보’에서는 달랐습니다. 그곳은 사람들이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이 살아가는 시골이었습니다. 우연히 그곳에 방문했다가 교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공소미사를 시작한 지 석 달 정도 됐습니다. 공소 건물은 물론, 학교나 보건소, 작은 구멍가게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그 지역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교우들이 학교와 보건소 및 우물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나 주교님의 질문에 공소회장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NOTHING!” 저는 약간 당황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소회장은 다시 한 번 “NOTHING AND WE ARE HAPPY!”라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미사 후 까솜보 공소 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김 신부.
대답을 들으신 주교님께서는 약간 겸연쩍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공소회장이 살고 있는 집과 식구들을 보시고는 더욱 놀라셨습니다. 왜냐하면 한 평반도 안되는 집에 무려 아홉 명이 넘는 식구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흙바닥에서 잠을 자고, 어른들은 나뭇가지를 엮은 간이침대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구호물자와 자원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자본주의 방식의 선교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그들의 대답은, 제가 어떤 방식으로 원주민들에게 다가서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공소회장도 생각이 바뀌었는지 가끔씩 찾아와 도움을 청합니다. 그런데 7시간을 걸어와서 청하는 그들의 도움은 너무나 단순하고 솔직한 것들입니다. 먹을 것이 없다거나 아기 엄마가 젖이 안 나오니 분유를 달라는 등입니다. 그럴 때면 필요한 것을 주어 돌려보내는 제 마음은 실로 행복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람에게 욕심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진실하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2월 2일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늘 마음에 품고 사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당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셨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작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품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마음을 온전히 맡겨 드릴 때, 즉 하느님께서 내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내어드릴 때 우리는 하느님을 품으려는 욕심에서 벗어나 나를 품어 주시는 하느님을 늘 마음에 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집은 작지만 언제든지 환영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 큰 마음을 가진 집주인처럼, 그리고 시골 촌구석에서 살면서도 부족함을 모른 채 늘 행복하게 살아가는 까솜보 지역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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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