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진성사(Sacramentum Confirmationis)는 세례 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의 은사를 내려 그 신앙을 강화시켜주는 성사이다. 세례성사가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해주는 성사라면 견진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신앙적 용기와 영적인 성장을 가져오게 하는 성령의 성사이다. 마치 인간의 삶에 있어서 세례는 갓난아이의 탄생으로 인간 세상에 속하게 되고 견진은 어린 아이나 소년이 성장하여 성인식을 치루는 것과 같다. 어린아이나 소년은 학교에 나아가 여러 가지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운동이나 여러 교육훈련을 통해 체력을 단련하여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마찬가지로 견진성사는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태어난 새 신자들이 교리지식과 신앙생활에 진보하여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있는 은사를 내려주는 것이다.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는 입문성사라고도 한다. 그렇지만 견진성사로서 세례성사를 완성하게 된다. 이 두 성사는 역사적으로 함께 거행되기도 했고 세례성사 다음에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신앙의 성숙시기를 고려하여 견진성사를 후에 집전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3년이 경과되어 성령이 사도들에게 임하게 하셨음에 근거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견진시기가 분명히 분리된다. 즉 신앙이 어느 정도 성숙되었을 때 견진성사를 거행한다. 그리고 성인입교 예식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세례성사에 이어 곧 견진성사를 집행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신앙이 성숙한 이후에 베풀기도 한다. 성인의 경우 세례와 견진을 시기적으로 분리하여 거행하는 것의 이점은 우선 새 영세자들로 하여금 세례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교회에 적응하는 시간을 주어 신앙을 성숙시킨 다음,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견진을 베풂으로써 견진성사의 의의를 깊게 해 주고 견진자로서의 사명과 의무를 일깨워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집전자의 분리이다. 세례는 사제가 베풀고 견진을 주교가 베풂으로써, 보통 때 본당에서 사제만 접하고 주교와의 접촉이 드문 신자들이 견진성사 거행을 통해 교구의 주교를 만나 뵙게 되는 기회를 가지며 보편교회와의 일치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성인의 경우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의 시기를 분리하여 실시하고 있다.
견진성사 예절의 중요한 요소는 안수와 도유예식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사도들이 이와 같은 형식으로 집행했음을 성서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를 보내주셔서 너희와 함께 영원히 계시도록 할 것이다. 그분은 곧 진리의 성령이시다』(요한14, 16∼17)라고 말씀하심으로써 성령의 은사가 체험되는 견진성사에 대해 말씀하신바 있다. 이 성령의 은사들은 오순절에 내리시어 성령강림날은 견진성사의 기원이 된다. 그리고 사도들도 세례 받은 이들에게 성령의 은사를 내려주는 예식을 거행했다. 즉 사도행전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였다는 말을 듣고 베드로와 요한을 거기로 보냈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리로 내려가서 그들이 성령을 받도록 기도하였다. 그들은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지만 아직 성령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들에게 손을 얹자 그들도 성령을 받게 되었다』(사도8, 14∼17).
이처럼 견진의 예식 중 기도와 안수는 사도들의 실제 거행에서 비롯되며, 성유를 바르는 도유예식은 고대 이스라엘의 종교 예식에서 전승된 것으로서 신자들은 왕, 예언자, 사제, 증거자로서의 품위를 갖추어 하느님 나라를 위해 성령으로 강하게 날인된 성격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그리스도의 군사가 갖추어야 할 영적인 무기가 된다. 즉 슬기, 통달, 의견, 굳셈, 지식, 효경 두려워함이다. 이러한 은사들은 영적인 것들로서 하느님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자에게 그 은혜를 증대시켜 영적인 성장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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