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교회 환경운동은 한 마디로「의식에서 실천으로의 도약을 위한 잠복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2, 3년간 전국적으로 불같이 일어났던 생활실천운동으로써의 재활용 운동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구체적인 후속 프로그램이 개발되지 못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교회 환경운동은 일견 침체 국면에 들어간 듯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서울과 대구대교구에서 환경 전담사제가 임명됐고 전국 환경 사제 모임의 활동이 두드러졌으며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사업으로 각 본당에 환경운동의 인적 잠재력이 축적됐다는 점은 차후 교회 환경운동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아울러 올해에는 교회 환경운동이 신학적 바탕 위에서 이루어질 때 생명력을 갖는다는 인식하에「환경신학」의 정립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됐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교회 안에 환경운동의 저변이 상당한 정도로 확대됐고 교회 환경운동이 단순한 교육, 인식 단계나 재활용 운동 단계로 넘어 새롭게 도약할 때를 맞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침제 속에서의 성과
올해 교회 환경운동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서울에서 이재돈 신부, 대구에서 정홍규 신부의 환경 전담사제 임명을 손꼽을 수 있다.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첫 반응으로 환경문제를 전담하는 부서와 사제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인적, 물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90년을 전후로 범사회적으로 일기 시작한 환경보호운동 움직임은 교회 안에서도 일부에서나마 꾸준하게 이어져 교회 환경운동으로 정착되면서 서울에서는 한마음한몸운동 생활실천부가 올해 들어 환경보전부로 바뀌어 전문 부서로 설치되고 대구지역은 푸른평화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환경보전운동을 다각적으로 벌여왔다. 환경 전담사제의 임명은 기존의 이런 움직임들을 통괄하고 조정하는 전담 부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결과로 향후 교회 환경운동이 전체 교회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범교회적 움직임이 보다 원활해질 전망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5월 창립, 올해 들어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전국 환경 사제 모임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국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제들로 구성된 환경 사제 모임은 환경오염이 구체적으로 문제시된 지역을 순회하면서 월례모임을 정례화하고 이 모임을 통해 각 교구의 환경운동이 지속적인 유대를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전국 환경 사제 모임의 구성원이 교회사목을 담당하는 사제들이라는 점에서 교회 환경운동 안에서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움직임과, 함께 교회 환경운동의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교회의 뿌리 조직인 본당을 중심으로 하는 자발적 움직임들이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년과 같이 눈에 띄는 큰 행사들은 별로 없었지만 본당 내 소규모 단체 행사나 바자회, 알뜰시장 등은 자원 재활용, 환경오염 방지 등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인 생활 태도를 염두에 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자발적 움직임들은 꾸준한 교육과 홍보사업의 결과로 평가된다. 올해에도 각 환경 단체들은 환경교실, 환경학교, 자연학교, 현장답사, 월례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인 환경교육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예년에 비해 참가 인원이 급속하게 줄어들어 어려움은 있으나 이는 한편으로 웬만큼 관심을 가진 신자들은 이미 한두 차례씩은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예컨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환경보전부는 10월에 11차 환경학교를 마쳤고 여름방학을 기해 청소년 자연학교를 실시했다. 특히 교육 대상을 세분화해 올해 처음으로 청년환경학교를 개설, 3회에 걸쳐 교육을 실시했다. 인천가톨릭환경연구소 역시 올해 처음으로 지난 11월 환경교실을 운영했고 내년부터는 직장인, 주부, 학생, 청소년 등으로 교육을 세분화할 예정이다.
◆한계 노출된 한 해
올해 교회 환경운동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타 환경단체와의 연대가 활발했다는 점이다. 93년 환경윤리종교인 선언대회 후속 모임인「푸른 대화마당」을 비롯해 우이령보존협의회,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연대회의, 종량제 시범사업 민간평가단과 한국환경회의 등이 대표적인 연대활동이다.
전체적으로 올해의 교회 환경운동은 환경 의식과 재활용 운동의 확산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게 됨에 따라 기존의 운동이 갖는 한계점이 노출되면서 침체기를 겪게 되고 이런 과정 속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환경운동 방향을 모색했던 기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회 환경운동의 도약을 가로막은 걸림돌 중 하나는 운동의 최일선인 본당 조직의 부족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재 본당 단위의 환경 의식은 후속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활성화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대개 개인적 차원에 그쳐 조직적 운동으로 전개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교회 환경단체의 절대적인 인력 부족과 함께 환경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는 본당 단위에서의 환경단체가 몇 개 본당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환경보전부에서도 올해 중점 사업의 하나로「하늘땅 물벗」모임을 모델로 하는 본당 환경단체 결성을 시도했으나 사실상 기존의 신정동본당 모임과 청년들을 중심으로 최근 만들어진 응암동본당 모임 등에 그치고 있다.
환경의식의 확산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확산됐던 재활용 운동 역시 올해 들어서 그 한계가 노출됐다. 개인이나 소수 단체 차원으로나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던 재활용 운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적 요인 등으로 인해 점차 초기의 열기가 시들해졌다. 더군다나 재활용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야기하기도 했다. 또 신자들이 근본적인 생활양식에 대한 반성과 재고 없이 재활용 운동을 환경운동의 모든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는 혹평도 나타났다.
본당에 환경운동의 방향과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할 교회 환경단체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과 재정 부족, 절대다수 사목자들의 환경의식 미흡 등은 해묵은 문제이면서도 여전히 난제로 나타났다.
◆의식에서 행동으로
침체 상태의 과도기를 겪으면서 94년을 보냈지만 교회 환경단체들은 내년을 의식에서 행동으로, 개인적 생활 실천에서 구조적이고 조직적인 운동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교회 환경운동의 시기를 맞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교구 환경 전담 이재돈 신부는 내년의 환경운동에 대한 전망을 매우 밝은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교육, 홍보 단계의 운동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행동으로서의 운동이 시작돼야 하고 지금까지 축적된 잠재력을 볼 때 그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환경신학, 환경 윤리신학의 정립을 토대로 본당 환경단체 조직에 총력을 기울이고 일반 사회 및 타 종교 환경단체, 지역주민과의 연대를 유지함으로써 구체적인 환경 개선 효과를 얻는 것이 내년 교회 환경운동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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