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파괴
가짜 그리스도가 여기저기에 나타나 사기꾼처럼 사람들을 미혹하고 곳곳에 지진이 일고 전쟁이 일어나 기근과 질병에 시달리게 될 때 제자들은 가짜에 속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그러나 그것이 세상 종말의 징표는 아니고 그 경황 속에서도 하늘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 모든 백성에게 밝히 알려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 비로소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다.
그러나 온 세상 모든 백성에 전파되는 복음화는 쉽게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제자들은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모진 박해를 받을 것이다. 그때에 제자들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다른 곳으로 피하고 그곳에서도 박해하거든 또 다른 곳으로 피하라고 예수께서는 당부하셨다. 그들이 어디까지 도망쳐서 피난할 수 있을 것인가. 궁지에 몰렸을 때「사람의 아들」이 그들을 도우러 오실 것이다.
여기서「사람의 아들이 온다」라는 표현은 세상 종말에 구름을 타고 심판하러 오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교회가 박해를 받을 때마다 도움을 주신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제자들은「사람의 아들」이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 이미 그 말은 예수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환난이 절정에 이른 것은 예루살렘 성전에 황폐의 상징인 흉칙한 우상이 서게 된 것을 볼 때 알 수 있다. 「황폐의 상징인 흉칙한 우상」이란 표현은 기원 전 168년 시리아의 왕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을 유린하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의 집으로 생각하고 있던 거룩한 성전에 이교도들이 신인 올림포스의 제우스 신상을 한 가운데에 세운 것을 말한다.
이 사실은 그 이전에 다니엘이 예언했던 대목으로 이스라엘 사람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던 성경 말씀이었고 성전 안에 세워진 우상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전율을 일으켰었고 다시 생각만 하여도 오싹하게 치를 떨게 하였다. (다니 9, 27: 11, 31: 12, 11: 마카 상 1, 87: 마카 하 6, 2). 그런데 그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시며 알아들을 만한 사람은 알아들으라고 덧붙이셨는데 그 일은 먼 장래도 아니고 곧 일어날 것이다.
과연 66~70년에 소위「유다전쟁」으로 알려진 대란이 일어나(로마학정에 대한 유다인들의 항쟁) 유다 땅은 풍비박산이 나 아수라장이 되었고 예루살렘 성전은 로마군에 의하여 마구 짓밟혔다. 그때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던 신자들은 예루살렘이 점령되기 전에 이 일을 미리 알고 데카폴리스의 한 도시인 델라로 피신하였다.
예루살렘을 점령한 로마 군인들은 시내를 누비며「티투스 황제 만세」를 외쳐댔고 성전 제단에 있던 칠지(七枝) 촛대를 전리품으로 내두르며 승리 행진을 하였다고 한다. 유다인들을 만나는 족족 잡아 죽이고 약탈을 일삼는 경황 속에서 집안 물건을 챙기려 집에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유다에 있는 사람은 산으로 도망가고 성 안에 있는 사람은 빨리 빠져 나가야 할 것이다. 시골에 있는 사람이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극히 바보스러운 일이다(대목 242 참조).
이 날들은 징벌의 날들이고, 이 사건들은 성서에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날들이다(열왕 상 9, 1~9: 다니 9, 26: 미가 3, 12). 이 북새통에 임신한 여자와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은 남다른 고통을 받을 것이다.
사도시대에도 박해를 받을 때 결혼생활 하는 사람들에게 가중된 고통을 사도들이 몹시 염려하였다(루가 23, 29: 고린 전 7, 26~31). 이 안타까운 일을 생각하며 이 재난이 추운 겨울에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라고 권고한 것은 예수께서 그 재난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내다보고 계신 것을 말해준다.
하여튼 하느님의 분노의 날은 닥쳐올 것이고 그날에는 예루살렘은 짓밟힐 것이며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거나 포로가 되어 다른 나라에 잡혀갈 것이다. 예루살렘은 이와 같이 외국인들에게 짓밟히고 그 기간은 이교도들이 하느님께로 돌아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토빗 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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