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유년 새해 첫 축일이며 주의공현대축일입니다. 공현이란 「공 공변되다, 숨김없이 드러내놓다, 현 나타날 현」자로서 공적으로 나타내 보이신다는 뜻입니다. 주의 공현은 공생활 전에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 것이므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것과 가나 혼인잔치에서 당신을 드러내신 것도 포함됩니다. 오늘의 공현축일은 아기 예수께서 이교인들에게 처음 공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신 것을 기념합니다. 성서에 보면 동방에서 세 명의 박사들이 큰 별의 인도로 예수님을 찾아뵙고 경배 드리고 그 신분에 맞는 예물을 드렸다는 내용입니다.
복음내용 중 궁금한 것부터 해결합시다. 우선 「동방박사」들입니다. 동방박사는 삼왕이라고도 하며 그래서 옛날에는 삼왕 내조 첨례라고도 불렀습니다. 동방이란 페르샤 지금의 이라크 근처이며 아라비아라는 설도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공식적으로 제사를 지내는 사제요,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점성가요, 별의 운행을 관찰하고 앞일을 예언하는 예언가이기도 하였습니다. 철학, 의학, 자연과학에도 능통했고 꿈 해몽도 했다나요. 그러나 원래는 진리 탐구하는 것이 본업이었다 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가스팔, 멜키올, 발다살이라고 전해지지만 사실은 이름은 물론이요, 동방박사들의 숫자도 성서에는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예물의 수를 보고 3명이라고 추측할 따름입니다. 또 3은 성서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이기도 하죠. 그리고 그들은 별의 운행을 잘 알고 있었는데 그 당시에 이상한 별이 나타나면 하느님께서 무엇인가를 계시하려는 뜻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합니다. 그래서 이 별의 인도로 베들레헴까지 왔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별」에 대해서도 성서학자, 과학자들의 주장이 여러 갈래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기적의 별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천문학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케플러라는 천문학자는 이 별을 토성과 목성이 서로 가까워진 현상으로 해석했습니다. 고대 근동지방엔 유난히도 천문학이 발달했었습니다. 그 당시의 중요한 천문학적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6년 즉 예수님 탄생 당시에 중대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목성과 토성이 세 번이나 합친 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중 하나가 「이 별」이었을 것이라는 거죠. 이런 학설이 수백 년 동안 유력하게 지배해 왔으며 이런 과학적, 역사적인 학설보다는 예수님의 탄생지를 인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특수한 기적의 별이었다는 것이 최근의 유력한 학설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교훈은 무엇이겠습니까? 1, 동방박사나 별의 정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동방박사들은 유대인들이 아닌 이방인들입니다. 그들은 이상한 별의 인도로 구세주를 뵙게 되었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절했으며 선물까지 드렸습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동방박사들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예비자들이며 별은 인도자입니다. 즉 외인들이 인도자의 인도로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는 과정과 같습니다. 무릇 별이란 북극성이나 북두칠성, 샛별 등과 같이 캄캄한 암흑 속에서 빛을 내어 방향을 알려 줍니다. 우리 신자들도 별과 같이 또 다른 동방박사들인 외인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현대판 동방박사들이 참으로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리스도께 이들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태양처럼 어마어마하게 밝아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달처럼 그림자지게 밝혀주지 않아도 됩니다. 별처럼 방향만 끊임없이 올바로 잡아주면 됩니다. 나머지는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밝혀주실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선 가정에서부터 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별이 되어야 하고 부모는 자녀들의 별이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서 일터에서도 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2, 성서에 보면 동방박사들을 인도하던 별이 예루살렘 상공에서 잠시 없어진 것처럼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의인들을 불러다 놓고 잠시라도 별 노릇을 게을리한다면 이 세 동방박사들도 우왕좌왕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헤로데 왕은 그때 아기 예수를 죽일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렇듯 잠시라도 별 노릇을 제대로 않고 한눈팔면 겨우 심어진 구세주께 대한 믿음이 죽어버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대저 예비자의 믿음은 계란과 같고 악의 세력은 거대한 바위와 같기 때문입니다. 바위가 계란을 치면 계란이 깨지기 마련입니다. 금년에도 이들을 예비자 교리강좌로 인도하는 별의 역할을 해주셔야 하겠습니다.
3,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동방박사들의 예물입니다. 황금은 왕에게 드리던 예물인데 예수님을 왕으로 여기셨음을 뜻합니다. 유향은 제사 지낼 때 쓰던 향으로서 예수님이 참 하느님이심을 뜻합니다. 몰약이란 시체 방부제인데 예수님께서 참 사람이심과 수난하시어 돌아가실 것임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우리도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을 참 하느님으로 모셔야 하겠으며, 마음으로부터 예수님을 우리를 위해 참 인간이 되신 분으로 알아 모셔야 되겠습니다. 그분께 경배드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새해 첫 주일을 맞이하여 금년 한 해도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강생하신 그리스도께 열심한 마음으로 별처럼 우리의 앞길을 비추어 주십사 하고 기도드립니다. 『오늘 별의 인도로 예수님을 외인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천주여 비오니, 새로운 동방박사들에게도 신앙의 별을 비추시어 인도하시고 이미 주를 알게 된 우리도 끊임없이 신앙의 별로 인도해 주시어 결국에는 당신의 지존하신 모습을 직접 뵈옵게 하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