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앙하는 하느님은 고맙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K. 라너의 유명한 이 말은 별다른 의심 없이 하느님을 믿어오던 사람들에게는 여간 충격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뿐 아니라 자신들이 신앙해 온 하느님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까지 여겨질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는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믿는 하느님만이 존재한단 말인가? K. 라너처럼 박식하고 뛰어난 사람만이 옳게 신앙하고 신을 체험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들만이 하느님께 올바로 이야기하고 기도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침묵 속으로의 말씀」(Wort Ins Sohweigen)이다. 침묵 속으로 말씀하시는 하느님, 그래서 침묵 가운데 만날 수 있는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독일의 신학자 K. 라너(1904~1984)는 의심 없이 금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신학자이자 사상가이다. 그의 신학 용어와 문체는 까다로워 난해한 인상을 주지만, 그의 신학은 그의 단순하고 천진한 인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라너에게 있어서 사상은 그의 영성과 일상 안에서, 일상은 그의 영성과 사상 안에서, 그리고 영성은 그의 사상과 일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일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조화와 일치에서 아름다운 기도가 나온다.
이번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발행한 「침묵 속의 만남」에는 이런 기도가 실려 있다. 하느님에 대한 지식, 풍요한 인생 체험, 위대한 고뇌와 인간적인 고백이 이 기도시를 이루고 있으며, 내 생명의 하느님, 내 기도의 하느님, 내 일상의 하느님, 산 이들의 하느님, 내 형제들의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에서 독자들은 무미건조한 이론보다 우리를 훨씬 더 하느님 사랑에로 이끄는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유명한 신학자의 가슴 속에서 흘러나온 이 기도시의 속삭임은 우리의 가슴 속 깊이 침잠하여 우리의 기도생활에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은 요란한 소음의 탁류 속에서 남에게 귀 기울이기를 아끼는 오늘날, 다시 하느님과 인간을 만나게 해주고, 어떻게 참으로 기도하며 인생을 살아야 할 지 지침해 주며, 우리들의 영혼을 드높여 영원에 대한 묵상으로 이끌어 주는 훌륭한 명상집이며 아름다운 기도 시집이다.
이 책의 부록에는 라너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K. 라너 사상 접근」이 실려 있다. 성직자, 수도자 및 신학에 관심 있는 평신도들에게 특별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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