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나이에 훌쩍 고국을 떠나 일본 땅에서 6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성순(다리아ㆍ48)씨가 첫 번역 작품으로 펴낸「깊은 강」(고려원 간)은 대표적인 일본 가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의 작품이다.
일본에서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됐던 엔도는 55년 아쿠다가와상 수상자인「백색인」, 66년「침묵」, 80년「사무라이」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주제에 치열하게 매달려 왔다. 그것은 곧 범신론적인 일본의 정신세계와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사상을 어떻게 조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발간한 신작 장편인 「깊은 강」 역시 그의 이러한 구도적 면모를 잘 드러내 준다. 현대 물질문명의 손아귀에 사로잡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땅, 인도로 성지순례를 떠난 일본의 몇몇 단체 관광객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신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신의 존재와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실패만을 거듭하는 약자로서「오오츠」의 일생과 인도의 성스런 깊은 강 갠지스강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성입니다』
서구의 합리주의적인 종교 분위기가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한 신부 지망생 오오츠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갈등으로 괴로워한다.
동양적 사상의 뿌리 안에서「자연의 크나큰 생명」을 소중히 하는 그는『신이란 인간의 안에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감싸고 나무를 감싸고 화초를 감싸는 아주 큰 생명』이라고 대답한다.
결국 그는 인도, 삶과 죽음, 선과 악이 한데 어우러진 갠지스강을 안착지로 삼아 그곳에서 신의 사랑을 몸으로 실천한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도교 신앙을 여전히 자신의 것으로 간직하고 있기에 그리스도교를 범신론적인 세계관과 대치시키지 않고 우주 전체를 감싸 안는 사랑의 실천을 위한 한 방법으로 해석한다.
번역작업을 위해 지난 1월 직접 인도를 찾아 나서기도 했던 이성순 씨는 『깊은 강이란 갠지스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무리로 이루어진 인간의 강 모두를 감싸안는 것이 바로 신』이라고 말한다.
소설가 한수산 씨의 부인이기도 한 이 씨는 이 첫 번역 작품으로「소유격 인생」을 탈출해「주격」으로 나섰다. 누구의 부인 또는 누구의 엄마라는 호칭이 중년을 앞둔 자신에게 허탈감을 줄 것을 예감한 그는 87년 9월 혼자서 일본으로 건너갔고 레이타쿠대학 일본어과, 일본대학 문예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2월 귀국했다.
이 씨는 두 번째 번역 작품으로 60년대 재일교포 학생들의 이념적 갈등과 고뇌를 그린 조총련 출신 재일교포 이해성 씨의 「가야코를 위하여」를 계획 중에 있다. 또 일본에서의 생활을 통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일본 여자」에 대해 요모조모를 뜯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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