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열풍… 젊은이 사목 활성화 기회될까
증강현실 활용한 모바일게임
종교시설·조형물 찾는 방식에 성당으로 청년층 발길 늘어
신앙 관심으로 승화시켜줄 사목적 방안 과제로 떠올라
지난달 23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PokemonGo) 열풍 속에, 포켓몬고의 최전선이 된 성당을 찾는 청소년·청년들이 늘고 있다. 물론 ‘포켓몬’을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단 성당 혹은 성지에 발을 디딘 젊은이들이 신앙에도 관심을 갖도록 이끌기 위해, 포켓몬고의 인기를 사목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새로운 사목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과 위성항법시스템(GPS)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으로 이용자가 실제로 게임 캐릭터인 ‘포켓몬’이 등장하는 위치를 찾아가 포획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포켓몬고는 출시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7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용자들의 대부분은 게임·만화 등을 통해 ‘포켓몬스터’를 접한 10~30대 청소년·청년층이다.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성당을 방문하는 것은 포켓몬고 특유의 게임 방식 때문이다. 포켓몬고를 즐기기 위해서는, 포켓몬 포획 도구(아이템)를 얻을 수 있는 ‘포켓스톱’과 포켓몬과 겨룰 수 있는 ‘체육관’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포켓스톱과 체육관은 조형물이나 공공시설,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선정되는데, 외부에 성상 등의 조형물이 많고 종교시설인 성당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포켓스톱은 5분마다 새로운 도구를 획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장소보다 포켓몬 등장 빈도가 높아 포켓몬고 이용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서울 명동주교좌성당의 경우 성당뿐 아니라 그 인근에도 많은 포켓스톱이 자리해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 대방동성당 내에는 십자가의 길과 성상 등 포켓스톱이 7곳이나 있어, 성당이 포켓몬고 이용자들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신자 청소년·청년 가운데는 포켓몬고를 계기로 성당을 다시 찾거나 더 자주 찾게 됐다는 이들도 있고, 포켓몬고 덕분에 성당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 비신자 청소년·청년도 있다.
설 연휴부터 포켓몬고를 시작했다는 서제형(가브리엘·27)씨는 “포켓몬고를 하다 무심코 주변 포켓스톱을 찾아봤는데 성당이 포켓스톱이었다”면서 “성당인데 게임 때문에 그냥 방문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평일 미사시간을 알아봤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7월 포켓몬고가 출시된 해외에서는 개신교회를 중심으로 포켓몬고를 활용한 다양한 전교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포켓스톱으로 지정된 미국의 한 교회에서는 ‘밖에서는 아이템을 얻고, 안에서는 예수님을 만나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영국 성공회는 홈페이지에 ‘교회가 포켓몬고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라는 글을 올리고, 각 성당에는 포켓몬고 이용자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일부 성당에서는 와이파이(Wi-Fi)와 배터리 충전소를 만들어 포켓몬고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독일 개신교회의 경우, 예배당마다 무료 무선인터넷망인 ‘갓스폿’(Godspots)을 구축해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갓스폿에 접속하면 해당 교회 건물과 교구, 신학 관련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가 뜨도록 해, 간접 선교 효과도 누리고 있다.
청소년사목 전문가들은 포켓몬고 자체를 청소년 선교에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회가 이러한 게임에 열광하는 현대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교회에도 열광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정수 신부(수원교구 고잔본당 주임·청소년학 박사)는 “포켓몬고의 인기는 이미 청소년들이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포켓몬고처럼 교회도 청소년들이 교회 안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