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제1회 ‘교회와 세상’ 강연
“현세의 성공만 추구하는 건 우상숭배”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물질주의에 물들지 않는 ‘진짜 신앙인’ 될 것 강조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1월 25일 마련한 제1회 ‘교회와 세상’ 강연에서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사회교리 관점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국장 황경원 신부)은 1월 25일 오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2층에서 성염(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초청해 제1회 ‘교회와 세상’ 강연을 열고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성 전 대사는 ‘2017년 한국사회와 사회교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하느님께서는 신앙인들에게 ‘진짜’ 신앙인인지를 묻는다”며 “이 ‘진짜’라는 물음은 우리에게 정말 무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하느님과 물질 두 가지를 모두 갖추면 만사형통이라 믿지만 예수님은 하느님과 물질을 모두 섬길 수는 없다고 가르쳤다”며 한국교회가 물질주의에 물들어 세속화 된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성 전 대사는 ‘타인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향해 팔을 안으로 굽히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제자인지 자문해야 한다”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양팔을 길게 뻗은 것처럼 우리는 이웃을 향해 팔길이를 길게 할 때 진짜 신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전 대사는 중산층화 된 한국교회의 실태를 꼬집고 “성당에서 장애인이나 물질적으로 가난해 보이는 이들을 만났을 때 많은 신자들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그들을 신앙의 장애물로 여겨 배척하려는 자세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가톨릭 신자들이 현세에서의 성공과 만족을 추구하는 ‘웰빙종교인’을 원한다면 우상숭배자가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성 전 대사는 또한 2014년 8월 방한 당시 교황이 한국 주교단에게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에서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부자들을 위한 부유한 교회, 하나의 웰빙 교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 말이 정작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교회가 가난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최근 탄핵 정국과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선에 대해서는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어떤 파국이 오는지 자명하다”며 “선거에서 유일한 선택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사랑 실천’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주관하는 ‘교회와 세상’ 강연은 가톨릭 사회교리를 주제로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이어진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