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편집자문위원회 6차 회의
신자들 관심 끌 사안 다뤄 긍정적… 미담 발굴 힘써주길
모바일 기획은 시대적 요청
‘포켓몬고 열풍’ 기사 시의적절
교회 소식에만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지면 변화 시도했으면
90주년 맞은 언론 자축하며 오늘에 발맞춘 신문 거듭나길
신자 수 감소 등 현안 다룬 신앙의식 설문조사 실시해
2월 10일 열린 본지 편집자문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노길명 위원장, 김지영 위원, 최혜영 수녀, 강신우 위원, 가톨릭신문 주간 이영탁 신부, 가톨릭신문 장병일 편집국장(왼쪽부터)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올해는 가톨릭신문이 창간 90주년을 맞는 해다.
100년을 향한 길에서 또 한 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가톨릭신문의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비롯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대통령 탄핵 국면, 세상 곳곳에서 들려오는 고통에 찬 외침들…. 그 어느 것 하나 주님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 없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신문은 세상 속에 비쳐지는 주님의 참뜻을 찾고 가난한 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가톨릭신문이 지난 시간 걸어온 길을 독자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가톨릭신문이 걸어가는 길은 하느님의 눈길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2월 10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가톨릭신문 편집자문위원회 제6차 회의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 급변하는 시대 속에 선 가톨릭신문의 현재와 나아갈 방향
-노길명 위원장(이하 노 위원장) : 교회 원로이며 여론 형성에 적잖은 영향력을 지닌 분들을 만났는데 가톨릭신문이 많이 달라졌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시국기도회나, 개성공단 관련 기사 등 신자들이 정말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할 만한 사안에 다가서는 면을 보면 과거에 비해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김지영 위원(이하 김 위원) : 2월 12일자 ‘포켓몬고 열풍’을 다룬 것은 참 잘했다고 본다. 교회 내 연세 드신 분들은 포켓몬고를 잘 모르는데, 오히려 더 크게 쓰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미디어 도구가 달라짐에 따라서 전달 방식이나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진다. 종합일간지는 부장회의 할 때 ‘모바일 퍼스트’를 염두에 둔다. 3년 전에는 ‘인터넷 퍼스트’였다. 자꾸 과학기술 적응을 늦추다가는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 사람도 떨어져 나간다. 이런 점에서 ‘포켓몬고 열풍’은 적절하게 빨리 잘 썼다. 인쇄매체 중심보다 모바일에 접근하는 기획을 하면 좋겠다. 대선 후보들도 모두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가톨릭신문이 가톨릭e신문을 창간했지만 그것보다 앞서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노 위원장 : 가톨릭신문 구독자 가운데 노년층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노년층이 갖는 이질감이나 소외감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초점을 잘 맞춰 나가면 좋겠다.
-김 위원 : 그런 문제가 있어서 일반 신문은 모바일과 종이 신문 편집을 따로 한다.
-강신우 위원(이하 강 위원) :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가톨릭신문이 관심을 갖고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1면에 교구장 얘기나 교회 소식보다는 일반신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사고·본당 기사가 나오면 어떨까 한다. 2면 톱에 나왔던 서석구 변호사 고발 뉴스(2016월 10월 23일자) 같은 기사를 1면으로 당기면 1면이 더 다양해질 것 같다. 판에 박힌 내용보다 가능하면 분야가 다른 다양한 지면 변화를 시도하면 좋겠다.
신년호는 전반적으로 신년호 같은 느낌이 덜 난다. 자체 기획보다는 외부 필진 중심의 시리즈물이 주가 되는 것 같다. 중요한 기사는 앞으로 당기는 등 식상한 지면에 변화를 주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김 위원 : 대구 희망원 문제에 대해 가톨릭신문이 일반 매체와 똑같이 보도할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후속보도는 필요할 것 같다. 일반 매체는 속보를 쓰겠지만 교회 매체는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 자체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희망 등을 얘기하면 좋겠다. 전문가, 관계자들과 좌담회 등을 통해 앞으로 전망, 계획 등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 위원장 :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다종교 사회이고 주도 종교가 없다. 가톨릭교회는 다른 종교보다 신뢰도와 친화도가 높다. 다양하고 활발한 사회복지활동, 인권운동과 정의구현, 성직자·수도자의 모범적인 생활태도 등이 주된 이유다. 사회복지활동은 우리 교회의 전통인 동시에 교회가 사회적 도덕적 권위를 얻는 원천이었다. 가톨릭교회가 높은 친화감을 얻다 보니 그것에 대한 타종교의 질시가 있었다. 희망원 사태를 덮거나 넘어가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교회가 하고 있는 복지가 일반 사회의 복지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전반적 점검을 교회 언론 차원에서 성찰하자는 김지영 위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회 사회복지의 모습을 내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바로잡는 작업이 따르면 좋겠다. 이런 여론을 교회 언론 매체가 만들 필요가 있다.
-강 위원 : 가톨릭신문이 교회 안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지영 위원 제안대로 한다면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김 위원 : 치부를 다 드러낼 필요는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 90주년을 준비하며
-김 위원 : 지면이 너무 엄숙하다. 1면이 좀 다양하면 좋겠다. 세대, 주제, 소재별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신문은 교회 내 종합지 성격인데 미담, 진지하고 유쾌한 것도 있어야 한다.
-노 위원장 : 제2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들을 언론에서 찾아내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 고민하고 기도하는 분들, 유쾌하고 따뜻해지는 소프트한 기사도 쓸 수 있어야 한다. 상대 신문은 1면에 미담을 과감하게 실어서 반응이 좋았던 예가 있다.
-김 위원 : 미담 기사는 대상에 다가서는 기자의 노력과 자질이 중요하다.
-최혜영 수녀 : 남북관계 개선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기사들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가톨릭신문이 사회적 흐름을 적극 반영해 노인문제, 민족화해, 종교간 대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노 위원장 : 신천지에 가면 젊은이들이 많다. 광주지역은 신천지 젊은이 증가율이 천주교 젊은이 증가율보다 높다. 왜 그런지 분석해야 한다. 신천지는 재밌고 신나는데 천주교는 늙게 느껴지고 재미없고 따분하게 다가온다.
-김 위원 : 가톨릭은 일방적으로 가르치려고 한다는 느낌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인데, 매체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노 위원장 : 가톨릭신문이 창간 90주년이 돼서 행사를 하는데, 잘못하면 가톨릭신문은 늙고 오래된 고루한 신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위험도 있다.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오늘에 맞는 신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줘야 한다. 오늘날 권위는 나이, 신분,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희생에서 온다. 가톨릭신문도 90년 된 것을 자축하면서도, 잘못하면 사람들로부터 더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김 위원 : ‘오래된 새 것’. 이 말은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종교개혁도 안에서 개혁하자는 것이었다.
-노 위원장 :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가톨릭신자가 줄어든 것에 대해서 이견이 있는데 이것이 실제다. 그 종교의 가장 평균적인 신자 수는 평일 종교 의례에 참여하는 숫자 곱하기, 집합소나 본당 숫자 곱하기 3을 한다. 그러면 숫자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천주교 신자들은 교적에 올리고 나서 선종 후에도 신고하지 않으면 그냥 교적에 남아 있다. 냉담교우가 엄청나다. 종교 통계가 나왔으면 우리 언론 매체가 나름 분석해야 한다.
-장병일 편집국장 : 창간 90주년을 맞아서 가톨릭신문에서 신앙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이번 조사는 통계청 조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리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