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종교를 말하다」는 사제와 혁명가가 종교와 정치를 놓고 벌인 세기의 대화를 실은 책이다.
1985년 5월, 쿠바의 수도 아바나 혁명군전에서 브라질 도미니코회 프레이 베토 수사신부와 쿠바 혁명군 사령관인 피델 카스트로가 마주 앉았다. 삶과 신앙, 종교와 정치, 쿠바 혁명에 관한 대화가 이어졌다. 사제와 혁명군 사령관의 대담은 네 번에 걸쳐 진행됐고, 그 내용을 묶은 대담집은 전 세계 32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사회주의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종교’를 주제로 독점 인터뷰를 허락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는 곧 쿠바 사회주의에서 ‘종교의 자유’를 상징하는 것과 같았다. 두 사람의 대담을 계기로 쿠바 정부도 헌법을 수정했고, 쿠바 공산당은 종교적 신념을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카스트로 사령관은 이 대담에서 종교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종교 역시 현실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혁명하고 압제를 전복시키며 정의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또 “나는 그리스도가 위대한 혁명가라고 믿는다”면서 “그의 전체 교리는 보잘 것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에 대한 헌신”이라고 말했다.
“만일 누군가 나를 가톨릭신자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프레이 베토다.”
베토 신부와 만난 후 카스트로 사령관은 이런 말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카스트로 사령관은 왜 사제가 요청한 인터뷰에 응했을까? 베토 신부는 질문의 내용 덕분이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내가 한 질문들은 마르크스주의나 종교에 관해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이론적인 것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면서 “나는 피델의 삶에서 핵심적인 가족들과 교육 및 정치적 사건들에 관한 친근한 질문들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년 동안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가톨릭 지주 가정의 아들이 어떻게 사회주의 지도자가 됐나?’ 등이었다.
“가난한 이와 소원해진 사람은 그리스도와 소원해진 사람이라고 이전에 당신이 말했습니다.”(베토 신부)
“일찍이 당신은 ‘가난한 이를 배신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배신한다’고 말했습니다.”(카스트로 사령관)
“우리는 한 사람이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일관된 혁명가일 수 있으며, 그 둘 사이에 극복할 모순은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베토 신부)
“너의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연대를 실천한다는 의미입니다.”(카스트로 사령관)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한 조세종 소장(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의 말에 따르면, “두 사람의 대화를 읽어가다 보면 누가 혁명가인지 누가 신학자인지 모를 정도로 이해와 화해 그리고 상호 존중이 서로에게,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책은 20여년 전에 처음 출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읽어야 할까. 베토 신부는 이에 관해 “「카스트로, 종교를 말하다」는 좌파들의 선입견과 그리스도인들의 두려움을 일소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무엇보다 궁핍, 가난, 압제, 불평등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는 것은 초월적인 신앙을 갖고 있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이들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의무라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문의 02-3141-6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