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서울 명륜동 자택에서 만난 박성욱씨는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박성욱(라파엘·24·혜화동본당)씨는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살아가는 우리 내 청년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지내 왔다. 하지만 그에겐 다른 청년들과 좀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는 점이다.
지체 장애 1급. 3시간마다 한 번은 누워서 쉬어야 했다. 박씨가 살아온 24년간 어딜 가든 휠체어와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젠 박씨가 누군가를 이끌어줄 ‘선생님’이 됐다.
박성욱씨는 2월 3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17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씨처럼 전신을 쓸 수 없어 교육청의 대필지원 제공으로 합격한 1급 지체장애인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을 위한 제도나 시설이 부족해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대답한 박씨는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렇게 담대한 마음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고교시절 은사와 친구들,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다.
한 예로 동성고 2학년 담임이었던 유상목(아우구스티노) 교사는 수학여행은 엄두도 못 내던 박 씨가 일본여행에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행 가이드에게 장애인이 동반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가 하면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 놓기도 했다. 박씨는 “국어 과목을 원래 좋아했지만 유 선생님 덕분에 국어 선생님이 되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면서 “그동안 꿈도 못 꿨던 해외 여행을 할 수 있어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힐 수 있었다”고 답했다.
박씨의 또 다른 힘은 ‘친구’였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흑인음악을 즐겨들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해 가장 먼저 흑인음악동아리 ‘Abyss’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데 큰 힘이 돼줬다. 친구들은 음악적으로 공감을 나눴을 뿐 아니라 공연이나 축제가 있으면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박씨는 “힘들 순 있지만 많은 장애인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하고 싶은 일에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부모님의 기도였다. 어머니 안선희(로사)씨는 박씨와 함께 10년 동안 매일 9일 기도를 바쳤다. 안씨는 “성욱이가 고비마다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길을 가르쳐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를 이해해주고 도움을 준 선생님처럼 학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박씨는 “성당에서도 장애인이 활동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면 청년활동에 참여해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