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서 지성인들의 담론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교회는 담론의 주제를 제시하고, 그 논의 과정과 성과를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치빌타 카톨리카」 한국어판은 그런 취지에서 발행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힘의 논리가 이성과 합리성을 이기고, 결국은 공동선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성인들은 무엇이 공동선을 위해 가장 좋은 일인가를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 지성인들의 담론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선시대, 한국교회 역시 지성인들의 진리에 대한 열정이 복음을 수용하는 계기가 됐다.
「치빌타 카톨리카」(Civilta Cattolica)는 예수회 이탈리아 관구가 산업혁명 당시, ‘시대의 징표를 읽고 가톨릭 문명을 지키고자 지성인들의 의식을 모으는 등불’로서 선보인 잡지다.
예수회 한국관구는 올해 1월 1일부터 이 잡지 내용 일부를 번역해 한국어판으로 발행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예수회 한국관구 홈페이지를 통해 전자책 형태로 제공한다. 또 3개월에 한 번씩 한정본을 인쇄해 배포한다. 전자책은 무료지만, 인쇄본은 권당 3000원씩에 판매한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 지식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그들이 담론할 주제와 기회가 교회 안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166년 동안 이탈리아어로만 발행되던 잡지를 한국어판으로 발행하게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예수회 한국관구장 정제천 신부는 자칫 우리가 소홀하기 쉬운 ‘성전’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 신앙을 지탱하는 두 기둥은 성경과 성전입니다. 성경이야 더 말할 나위 없지요. ‘믿을 교리’를 지금 여기서 살아가려는 수련의 여정 속에서 ‘성전’, 곧 ‘거룩한 전통’이 형성됩니다.”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 믿음을 현재의 문화 안에서 지금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으려면, ‘성전’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신부는 “예수님은 성경으로 완결되시는 분이 아니라, 역사의 하느님”이시며, 따라서 “성전을 통해 계시되는 하느님도 알아볼 수 있는 신앙의 눈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신부는 ‘가톨릭 문명’이라는 의미를 지닌 「치빌타 카톨리카」는 “복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신자 지성인들의 노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예수회는 이에 따라 각종 포럼과 세미나 등 잡지가 제시하는 복음과 공동선의 주제들을 논의하는 별도의 프로그램들도 기획하고 있다.
한편 「치빌타 카톨리카」는 1월부터 이탈리아어 외에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도 동시에 발행되고 있다. 통권 4000호가 발행된 2월 4일에는 한국어판과 함께 4개 언어판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헌정됐다.
※문의 02-3276-7700 예수회 한국관구 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