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역사위에 시간을 각인한다. 92년 임신년의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이 자연순환의 대법칙 앞에 엄숙해질 수 밖에 없다. 이날은 시간의 지평위에 한 밤의 어둠이 깔리고 한 새벽의 동이 트는 일상의 날이 아니라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 삶에로의 전환을 열어야하는 결의에 찬 날이다.
우리가 지난 한 해동안 지켜본 지구상의 변혁들은 실로 세계가 신사회(新社會)로 전이되어 가는 엄청난 것이었다.
75년전 볼세비키혁명을 성공시킨 이래 세계를 적화시켜가던 소연방에서는 공산주의가 공식 종식된이래 혼미를 거듭하다 새「독립국 연방제」를 출범시켰다.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은 중ㆍ동유럽에서 그에 앞서 몰락한 중ㆍ동유럽공산주의와는 궤를 달리하는 세계의 대지각변동이라할 세계사적 변혁이었다.
우리는 이 엄청난 변혁을 지켜보면서 우주와 인간역사를 섭리하는 초월자의 손길을 아니 느낄수가 없었다.
변혁은 유럽에서도 근원적이고도 광역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EC(유럽공동체)는 금년 유럽대통합을 확정, 일본과 미국의 경제ㆍ기술수준을 압도하려는 대장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미 세계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자리잡은후 세계의 정치ㆍ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일본과 급변을 겪은 소련 등으로 인해 우리가 속해있는 동북아에도 금년내 엄청난 변혁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게 틀림없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이름을 지닌 우리가 이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우리 한민족의 고유성을 보전하는데는 국력 이외에는 뒷받침될게 아무것도 없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우리는 국력이 모자라 일제 36년의 식민지노릇을 했고 구한말열강의 각축장으로 국토를 내줬을뿐아니라 6ㆍ25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한 많은 민족이다.
이 국력은 1960대 이래 서서히 성장되어 오다가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급신장을 거듭, 세계가 경탄할 정도가 되더니만 지난해가 와서 거의 날개쭉지가 꺾여 버린 참담한 꼴이돼 버렸다.
무역적자만 해도 1백30여억불이나 돼 버리고 점차 줄여나가던 외채도 또 엄청나게 늘어 버렸다.
무엇이 수출에 열 올리던 이마의 땀과 손의 열기를 앗아가 버렸는지.
또 무엇이 수입품을 즐겨 찾게 만들었던지.
문제는 여기에만 있는 게 아니다. 국력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국민각자를 너나 할 것 없이 남남으로 갈라 놓는 도덕성 상실에 더 근원적이 위기가 있다. 도덕성 상실은 뇌물수수ㆍ각종 투기ㆍ강도강간ㆍ살인ㆍ인신매매ㆍ불신풍조 등 모든 사회악과 범죄를 분출케 하고 있다.
도덕성은 금년 반드시 회복되지 않으면 안되는 근본 명제이다. 도덕성 회복없이는 국력도, 민주주의도, 경제활력도, 남북통일도 이룩될 수 없다.
도덕성이 없어졌다는 것은 사회정의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도덕성은 모든 국민이, 무엇보다 국가의 지도계층에게서부터 회복돼야 한다.
4대 선거를 치루는 금년, 무엇보다 염려스러운 것은 국민을 통합해야 할 정치가 그 과정인 선거를 통해서 국민을 더욱 분열시키고 정치불신을 증폭하면서 가뜩이나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더욱 추락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정가의 관측에 의하면 금년 4대선거에 드는 총비용은 적게 잡아도 10조원은 상회하리라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제파탄은 물론이고 정치도 파탄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신은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병들어 버릴 것이다.
92년 새해를 맞으면서 본보는 이같이 어려운 시점에 처해있는 국가사회의 현실에 즈음 4대 캠페인을 벌이고자 한다.
첫째,「알뜰히 살자」. 이 운동의 요체는 근검 절약이다. 이 운동은 주변의 강국속에서 일촉즉발의 위기와 1천여회의 전쟁을 겪으면서 고난과 피어린 역사속에서 살아남은 우리가 근래들어 과거에는 들어 보지 못했던 사치 행락ㆍ외제품 홍수ㆍ과소비 등의 분위기를 단연코 불식, 저축과 나눔을 통해 자기 가족의 미래와 남을 생각하자는 취지다.
이렇게「알뜰히 사는」행위는 바로 복음의「가난의 삶」과 다를바 아니다.
둘째,「열심히 일하자」. 우리는 피땀 흘려 일해 수천년 동안의 가난을 벗고 선진국의 문턱에 까지 올라 섰다. 그런데 근래들어「적게 일하고 많이 노는」풍조에 휩쓸려 유흥에 과도하게 마음쓰는 일이 많아졌다.우리가 따라 잡으리라던 일본은 또 아득히 멀어져 가고 동남아 각국이 우리를 추월하려는 쇠망치 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있는 상태다.
우리는 우리 민족고유의 근면정신을 오늘에 되살려야 하며,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Ⅱ데살로니카3,10)는 금언을 금과옥조처럼 되새겨야 겠다.
셋째,「이웃과 나누자」. 한국처럼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도 드물다고 한다. 「나눔」은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아름다운 풍습이자 복음의 근본 정신인데도 불구, 이 나눔은 우리 교회내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나눔은 물로 물질만을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자체 마저도 우리에게 내주시지 않았던가.
우리가 물질에서마저 집착, 제것을 챙길 때 하느님의 지엄하신 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교회도 대도시의 부유한 교구와 농촌의 빈한한 교구간의 나눔 행위는 빈번한 것이 아니다. 교회당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 교구간의 벽을 허물고 나눔에 인색하지 않을 것도 당부한다.
네째,「생명을 지키자」. 생명은 인간생명뿐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가꾸고 보존하자는 것이다.인명경시는 이 시대한국사회를 특징짓는 말중의 하나다. 범죄는 하되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죽이기까지는 안 하는 나라가 많다는데 우리 사회는 걸핏하면 죽여 놓고 보는 마음보를 가졌다.
특히 태아의 3분의 2는 죽이는「낙태천국」의 오명을 지니고 있다.
인명이 존중되지 않고서, 다른 무엇이 존중될 수 있겠는가. 인간생명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수호해야할 것은 물ㆍ나무ㆍ공기 등 자연환경이다. 인간이 발붙여사는 환경이 죽으면 인간도 살수 없다.
본보의 이 4대 캠페인이 국가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될 수 있도록 각계의 참여와 성원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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