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ㆍ차영도 국장대우
오늘날 인간사회는 인신매매ㆍ낙태ㆍ각종 범죄 등 생명경시풍조가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는 가운데 가시적인 과소비 현상도 이제 위험수위를 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교신자들이 사회병폐현상에 대처하는 능력이 너무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본보는 92년 새해를 맞이해 우리 신자들이 무엇부터 반성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사회학박사인 부산교구장 이갑수(가브리엘) 주교와의 대담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 91년도는 어느해 보다도 과소비ㆍ각종 범죄ㆍ생명경시ㆍ도덕성 상실과 향락풍조 등의 문제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고 전 국민이 이런 현상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있는데 근본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 향락풍조와 과소비의 근본원인은 돈을 너무 쉽게 벌어 들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재벌의 경우 자기자본에 의해서라기 보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키운 정경(政經)밀착의 결과로 볼수 있고, 부동산투기 등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등 즉 힘을 들이지 않고 벌은 돈이기 때문에 돈의 가치를 모르고 아무렇게나 쉽게 사용한 까닭입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과소비ㆍ범죄 등 사회악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 문제는 이런 사회병폐 흐름속에 신자들도 같이 휩쓸려 가는 경향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 종교란 시간이 흐르면 처음 창설자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큽니다. 그래서 교회를 찾는 이들도 자신의 사회출세를 위해, 지상가치획득을 위해 종교를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엔 종교를 이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가 많아지고 종교가 활성화돼도 신자들의 생활이 믿는 것과 실천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사회의 병폐를 추방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됩니다. 즉 이런 면에서 신앙인으로서 언행일치생활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혼탁한 사회속에서 신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일을 해야합니다.
▲ 어떤 사람이 과소비ㆍ인권유린 등의 죄를 범하면 그 죄를 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가 대신 보속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모든 인류의 죄의 대가를 보속하시고 죄를 사하신 것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 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처럼 죄에 대해 보속을 하고 고통당하고 희생제물이 돼야 합니다. 다시말해서 범죄와 반대되는 덕을 닦고 가난하게 살고자 해야 합니다. 교회가 제시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 정부에서는「낙태금지법완화」등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습니다.
▲ 낙태는 곧 인권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교회는 낙태반대를 끊임없이 가르쳐야 합니다. 보석을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 있지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나」를 잃어 버리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참으로 생명은 귀중한 것입니다.
낙태 역시 인간존엄성을 무시하고 인간이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사람을 대할때는 존경심과 조심성을 가져야 합니다.
- 언제까지 이런 사회가 계속되리라 생각합니까.
▲ 사회는 항상 변화합니다. 한국사회도 계속 발전하면서 변화합니다. 다만 우리는 이 시대에 살면서 해야할 본분을 다해야 할것입니다. 신자는 그리스도처럼 살면서 시대의 탁류를 깨끗이 씻어 가면서 살아야 합니다.이런 행동이 심화되면 사회는 저절로 올바른 사회로 되돌아 오게 되어 있습니다.
- 선교의 황금기를 누렸던 한국교회가 90년대에 들어 차츰 선교문화현상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점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사람은 사회질서가 전쟁 등으로 붕괴될 때, 가난하고 헐벗고 이세상에 희망이 없을 때 종교 즉 하느님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려운 시대 일수록 전교가 잘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성장과 종교의식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시말해서 잘살게 되면, 배가 부르면 하느님을 버리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경제적 성장이 선교에 큰 영향을 끼친다면 냉담자 증가ㆍ성소자 감소 역시 이와 큰 연관이 있겠습니다.
▲ 한국교회도 3ㆍ4년전부터 이런 현상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중산층화 되고 경제적인 수준이 높을수록 예비자는 줄고 냉담자는 늘고 더욱이 성소자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같이 한국교회도 경제적인 성장으로 종교가치를 잃어버리게 되고 물질가치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선교가 잘 안되는 것입니다.
- 선교문화현상도 큰일이지만 냉담자증가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보는데 왜 냉담자가 증가한다고 보십니까.
▲ 첫째, 과거 양적인 교세증가에 급급해 제대로 예비자교육을 시키지 못해 세례를 받았다해도 고해성사도 볼줄 모르는가 하면 사도신경도 제대로 암송할줄 모르는 신자가 허다합니다. 둘째,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 즉 종교의 참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즉 성당을 단지 마음의 안식처로만 생각하다가 세월이 흘러도 별 뾰죽한 점을 찾지 못해 차츰 흥미가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이런 생활이 계속되다가 한두번 주일미사에 빠지게 되고 결국엔 교회의 무관심과 자신의 체면 때문에 냉담자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한국신자들의 냉담은 교리지식의 부족과 체면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 밝은 사회, 함께사는 사회를 형성하기 위해 매스컴이 해야할 의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매스컴은 특히 사회문제에 대해 자주 보도해야 합니다. 즉 매서컴에서는 기회가 닿을 때 마다 현사회풍토에 대해「이래서는 안된다」「야단났다」하는 느낌을 국민들이 깨달아 이에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해야합니다. 반면에 남을 위해 희생하는 등 좋은 미담사례도 계속 보도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때 이 사회의 문제점, 사회병폐들이 자연히 해결될 것이고 근면성도 확산될 것입니다.
- 교회 언론매체인 가톨릭신문도 신자들간의 공감대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 가톨릭신문은 신앙적인 것, 좋은 것을 보도하면서 사회병폐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지적하고 보도해야 함니다. 즉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보여 주면서 동시에 사회문제점 지적에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언론으로서 가톨릭신문은 새해에는 사회의 어두운 것들이 정화되어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톨릭 신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 긴시간 동안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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