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여명을 보았습니다.
동쪽누리 둥그렇게 둥그렇게 어둠을 씻어내며
천만개의 불송이로 잔잔히 타오르는
1992년 새벽 여명을
어제와 다름없이 그 하늘 열리는
그럼에도 무엇인가 다를것만 같은
엷은 설레임과 쓸쓸한 희망으로 가슴 저린
우리는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전방의 고지를 향해
태양의 건너마을을 향해
몇잔의 술잔을 축배로 들고
이 아침 출발의 장비를 점검합니다.
길은 외길 돌아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타고 갈 기차도 예약된 좌석도 없는
오직 두 발로 도보로 넘어야 하는
삼백 예순 다섯개의 아아한 능성
그 바람센 산마루에서 우리는 다시금 하루 한순간을 금쪽같이 쪼개어
한 그루 진달래로 남김없이 꽃피우고
때 오면 열매 맺어 땅으로 되돌리며
지상의 아름다운 집 하나 세우기 원합니다
내 힘이 기진하면 아버지의 십자가에
내 십자가 덧 얹으며
땀과 눈물의 실크로드를 갑니다
해지고 잠들기까지 흙으로 돌아가 흙이 되기까지
영원히, 영원으로 이어져 갈
저 새벽의 황홀한 여명이 있어
출발의 새날이 있어
넘고 넘어야 할 땀과 눈물의 실크로드
꽃피고 열매맺는 목숨의 노고도
몇잔의 축배로 위로 받습니다.
다시 반짝이는 희망의 사금들을
주머니에 채웁니다.
모두 아버지 지어주신 지상의 날에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