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박현주씨
사랑 가득한 성가정 이룰터
며칠전 일이었다.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던중에 평소 활발하고 조금 수다스럽다 싶지만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잘 해주던 친구가 요즘 자기는 저녁에 혼자 방에 있게되면 괜히 우울해지고 심지어는 눈물까지 나온다고 말하면서 그런 기분이 들지않느냐고 물어왔다. 하루하루를 바쁜일정속에서 지내다보니 연말분위기를 느껴볼 틈이 없었던지라 친구의 물음은 나에게 한해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갖게 해주었다.
벚꽃이 만개하던 4월에 강원도 원주로 전근을 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과 기대감속에서 몇 개월을 보내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아닌 이별로 만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리움을 키워왔던 지나날들.언제 이렇게 한해가 다가버렸는가하는 아쉬운감도 있지만 다가올 새해를 생각하니 희망과 묘한 긴장감이 생김을 느낄수 있었다.
결혼이란 인생에 있어서「위기상황」에 속한다고 한다. 살아왔던 생활환경이 다르고 집안 가풍이 다른 두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은 각 개인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란다.내년에는 이「결혼」이라는 대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어 나에게「결혼」이란 어떤 의미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결혼은 비록 사랑의 골인 지점은 아닐지라도 사랑이 그바탕을 이루어야 단단한 반석이 될 수 있다.점점 사막해져가는 사회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부울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건「내 삶의 옹달샘」을 가지고 사는게 될 테니 말이다.요란스럽지 않게 사랑이 퐁퐁 솟아나는 기쁨을 맛보며 살수있지 않을까!
부부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가장 충실한 친구도 될수 있다고 한다. 사랑을 바탕으로 상호이해와 신뢰,그리고 존경의 탑을 쌓는다면 한 평생 누군가와 삶을 나누며 살았다는 넉넉함이 인생의 황혼이기에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장미가 만개하는 계절에 사각거리는 웨딩 드레스의 감촉을 느끼며 그이의 든든한 팔장을 끼고 있을 내모습에 살며시 미소지어 보며, 선물로 받은 가계부의 사용법을 읽으면서 예비신부로서 가정의 재무장관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나갈 자질을 키워가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아! 변함없이 파이팅!
<원주 통일대본당>
◆예비자 박성희
불우한 아동 위해 작은 밀알 되고파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종교를 가지기까지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세번째의 교리에 도전하고 있다. 앞서 들은 두번의 교리에서 철저하게 낙오된 난 심한 후유증으로 시달려야만 했다. 인간의 도덕성과 정직성만으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난 다시 지친 육신을 질질 끌며 하느님앞에 나가게 되었다. 하느님은 세번째도 잘 나지도 못한 나를 받아주셨다. 용서를 가르쳐 주신 것이다.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그리고 여지껏 종교적 입장에서 줄다리기를 해온 남편이 나를 자유롭게 하여 주었다.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듯 인생을 혼자만의 여행이라지만 남편의 배려는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식들에게 하느님을 만나게 해줄 수 있는 점이다. 교리를 들으면서 읽은 문둥이 성자 다미안 신부는 더욱 더 하느님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무엇이 그토록 그를 볼티모어섬으로 가게 하였을까? 밤새 두려움과 경이로움으로 심한 전율을 느꼈다. 진실로 자신을 불살라 이룩한 참 사랑, 영세를 앞둔 나에게 그것은 지고지순한 교훈이 되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최고점에 도달해 우리는 서로가 거울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죽음의 서곡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재앙들, 진실로 하느님 품안에서 다스려지고 싶다. 영세를 받는 그 순간까지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배우고 싶다.
지금 이순간 작은 소망이 있다면 보잘 것 없는 힘이나마 불우한 아동을 위한 밀알이 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자신을 성숙시키고 하느님속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대구 성김대건본당>
◆종신서원 앞둔 박용순 수녀
영원히「예」하고 응답할 그날 기대
평화와 기쁨이 충만한 1992년 은총의 새해가 조용히 밝아오고 있다.
본래 없었던 나를 손수지어 만드시어『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하시며 교회를 통하여 수도성소로 불러주신 나날들 … .
사랑의 역사로 엮어지는 한 영혼의 소명은『보시니 참 좋았다!』라는 말씀 한마디로 사랑의 불로 타올라 생명의 원천이신 분을 따라 사랑하기 위함이었다.
새해 새마음으로 부르심에 응답할 종신서원을 준비하여 한적한 곳에서 30일동안 좋으신 하느님의 사랑에 푹 잠겨 침묵과 고독을 통한 자기 비움,자기 초월을 끊임없이 연습하였다.
예수님의 비천한 말구유에서의 강생, 수난, 죽음, 부활의 신비를 관상하면서 24시간을 갈림없는 마음으로 예수님만을 바라보며 머물렀던 기다린 떨림 통곡환희 … 등.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진 인격적인 만남들이었기에 인간적인 두려움 가운데서도 확신에 찬 응답을 할수 있었다.이 응답은 내게 있어서는 예수님의 철저한 가난, 겸손, 순명의 삶을 이시대에 살아야하며, 사도적 수도자로서의 불리움에 대한 깊은 소명의식은 가장 작은 자로 이 세상에 오신 그분의 삶을 살게하는 커다란 속제를 의미한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으셨던 분, 자유 그자체이시면서도 성부의 뜻만을 위해 자기자신을 비워버린 그분 앞에 서서 이제 해야 할 일은 그분의 사랑을 사는 일이다.그리하여 우리 수녀회의 창시자인 성녀 쥴리의 모토인「오 얼마나 좋으신 하느님이신가!」를 이 세상 끝까지 전하며 인간은 모두 하느님 아버지의 귀한 자녀로서 지극히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려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특별히 새해에는 우리 수녀회가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이하는 은총의 해이기도 하다.이 뜻깊은 은혜로운 해에 좋으신 하느님의 보다 더 큰 영광을 위하여 거룩한 주님의 제단 앞에서 영원한『예』로 응답할 그 날을 기다리며 10명의 동료들과 함께 깨어 기다리는 마음으로 등잔을 준비하고 있다.0
<노틀담수녀회>
◆사제품 앞둔 조장래 부제
공동체와 일치하는 삶 다짐
부산에도 눈이 온 겨울이 있었다. 그 겨울이 잊혀지지 않는 까닭은 새벽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성모상앞에 제일 먼저 발자국을 남기려는 작은 욕심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님이 너무 좋아 나도 그렇게 살겠노라고 다짐했던 그해 겨울이 오늘 생각나는 것은 이제 얼마남지 않은 서품식을 앞두고 새로운 다짐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서품식을 앞두고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이제는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처럼 진리가 아닌 진리가 곳곳에 난무하여 인간들을 현혹시키는 이 싯점에서 가장 확실한 삶의 증거는 일치하는 모습임을 서로가 확인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부끄러운 교회의 모습에서『내 탓이오!』하면서 가슴만 칠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증거를 해야 한다는 다짐을 단단히 하였다.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세상에서, 여기저기 편가르는 소리들이 아우성치는 세상에서, 불신과 불의가 진실인양 왜곡되는 세상에서,우리들의 가냘픈 일치에의 노력은 결코 성령의 이끄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신앙으로 뭉쳐진 동료들의 신념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 예수님의 유언이라고 이야기 되어지는 성서귀절을 우리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아버지,이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나의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야하는 분위기속에서 동료들과의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이미 나는 나의 실존을 공동체에 봉헌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봉헌은 완성된 것이 아니고 항상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더 의미가 있다. 일치에의 여정, 이것이 내가 다짐하는 새로운 각오이자 나의 삶의 의미이다.
흰 눈을 맞으며 다짐했던 그해 겨울의 나의 작은 욕심을 이렇게 큰 선물로서 거저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소망을 들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희망에 찬 큰 걸음을 내딪고자 한다.
<부산 구봉본당>
◆예비신랑 최종수
끈끈한 정으로 아끼며 살고파
91년 한해도 얼마남지 않은 달력을 보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수 있는 나 자신의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젊은 부부의 이혼율이 급증하는 요즘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도 충분한 고려를 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이 한평생을 같이 해야할 배우자에게 과연 내가 그런 배우자를 받아들일 만한 인격과 자격이 있느지 자신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
우리 인간은 육체적 존재이기에 어차피 불안을 지니고 있다. 장래에 대한 불안, 현실적 강박 관념에서 오는 불안 등 불안에 우리는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조금만 어려워도, 힘들어도 그것을 극복해 나가려는 마음보다 오히려 그 어려움에 대한 불안으로 움츠려 드는게 우리네 들이다. 어려움 속에서 오는 고통을 고통으로 생각지 않고 힘들게 사는 가운데 보람을 찾으며 사는 것이 차라리 우리에겐 더 큰 힘이 되고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아닐까.
한해를 보내며 또한 다가올 희망찬 새해를 맞는 이 시점에서 나는 결혼이라고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이렇게 스스로를 다짐해 본다.
불꽃 같은 사랑의 정열이 지속되지는 않더라도 다만 끈끈한 정으로 서로를 아끼로 위해 줄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배우자 그러나 거기에는 배우자도 물론이거니와 근본적으로 본인의 그러한 삶에로의 방향 설정이 더 중요하리라.
<대구 토마스아퀴나스본당>
◆예비자 이병철
나보다 못한 사람 도우며 살터
숨차게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보면 보람되고 즐거운 일도 있었으나 충격적인 사고도 많았고 잊고싶은 사건들도 많았다. 얼마전 나와는 무관하게만 느꼈던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하여 내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로 상대측은 여러 사람이 불구가 되고 한명은 생명이 위독했다. 그러나 나와 가족 모두는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모두 무사하였다. 감사드린다. 사고는 많은 상념을 일으키고 반성하고 결심케했다.
먼저 허무함과 무력감이 몰려왔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백년, 천년 살듯이 집착하고 추구하였던 개인적 욕망과 추구가 일순간에 거품같이 쓰러질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두번째로 당연시하던 가족모두 건강하게 생업에 종사하고 다같이 즐겁게 놀수 있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크신 하느님의 축복인지 새삼스럽게 절감하였다.
세번째로 내가 능력있고 성실하여도 주위 사람들의 좌절과 불행속에서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누릴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에 다시 눈이 틔였다.
새해에는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쓸모없는 사람이 쓸모있는 사람으로 된다는 세례성사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성경에 씌어진 하느님의 말씀이 복음이 아니라 말씀의 실천이, 실행이 복음이라는 신부님의 가르침을 곰곰히 되씹는다.
한명의 의료인이 되기까지 베푸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더 많은 삶이었다. 또한 주위의 헐벗고 병든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만 품었지 막상 실천하는데도 인색했던 부끄러운 삶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새해에는 세례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만큼 나보다 못한 처지에있는 사람, 병든 사람과 모자라는 능력이 나마 함께 나누고 노력하는 신자가 돼야겠다.
<서울 개봉동본당>
◆첫서원 앞둔 인종환 수사
완덕 향해 끊임없이 정진
묵은 해가 물러나고, 드디어 새 해가 찾아왔다.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새 아침의 찬 공기는 고맙게도 축복받은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지난 3년간의 수련소 생활을 매듭짓고, 예수님과 성모님의 보호아래 수사로서 첫서원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며칠 후면 고대해오던 첫 서원식을 갖게 되므로 실상 날짜는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작년 이맘때「올 해는 이런 방향으로 노력을 경주하여,멋있는 삶을 한올 한 올 떠가야지」하는 다짐을 조심스레 했던 것이 새삼스럽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런 삶의 각오는 시간이 흐른 뒤 떠올려 보았을 때, 확실히 한해를 일정한 궤도 위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따라서 자연히 금년에도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된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가1,37). 이 말씀은 입회할 때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말씀은 과거 수련소 생활의 갖가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따라서 올해도 하느님의 현존 속에서 그분께 신뢰를 두며,그분의 나라를 향해 진군할 것이다.
「완덕(혹은 성화)을 향한 노력은 끊임없이 새로와지려는 노력」이라해도 괜찮을까. 세상이 새로와지기 위해선 교회가 새로와져야 하고,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인 교회가 새로와지기 위해선 그 구성원인 크리스찬들이 새로와져야 하며, 우리 모두가 새로와지기 위해선 신앙인들 각자와 나자신이 새로와지도록 중단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난 대데레사 성녀의 다음 말씀을 생활화 하고 싶다. 『성인은 비범한 일을 하지않고,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한다』
사실 내가 하게 될 첫 서원은 나의 노력이나 그 결과와 무관하게 하나의 은총이다. 아울러 여러 차례 쓴약, 단약을 주어 지금의 나로 건강하게 성장시켜준 공동체의 형제들이 더할 나위없이 소중하다. 그러기에 올 한해 나의 존재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들과 나누고 싶다.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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