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후 그는 몹시 허탈감에 빠져 홀에서 홀로 전전하면서 돈많은 사장님의 사모님들이 집어주는 팁을 가지고 있는 멋이란 멋을 한껏 부렸고 또 그의 눈엔 돈 쓰는 것 밖에는 세상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에겐 쉽게 손에 쥐어 지는 돈을 가지고 아낌없이 쓰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았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쓰기에 바빴다. 항상 모자랐다.
이 궁색한때 같이 지내는 옆 친구가 『너 돈이 필요하지?』하고 넌지시 묻더니 매일 같이 5만원씩 주는 것이었다.
궁하던 차에 잘쓰게 되어 고마우면서도 한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왜 주는지를 묻기조차 두려웠다. 그것이 독약이 되어 그후엔 그가 시키는대로 하수인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터미널 및 시내를 무대로 취객들만 골라 금품을 털기 시작했다. 이것이 「아리랑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수입이 변변치 못하게 되자 바늘도둑 소도둑되는 격으로 그는 좀 더 큰 건으로 하자는 것이 없다. 이쯤 되면 이미 빠질 수 없는 상활까지 이르게 된것이다.
그는 졸지에 힘 안들이고 그가 하자는 대로 따라서 칼을 차고 복면을 하고 밤이면 활동하는 강도로 둔갑하고 말았다. 전지하신 하느님이 계신데 세상에 완전한 범죄는 없는 법, 안 들킨다고 큰 마음 먹고 행동하지만 첫째는 하늘이 알고 있고, 둘째는 자신이 알고 있으므로 비밀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드디어 아주 빠르게도 교도소행이 그들을 찾아온 것이다. 1심에서 징역 7년, 상고심에서 징역5년으로 감형되어 시간이 흐른뒤 인쇄 공장에 출역하게 되었다.
이제 오래간만에 비바람과 먹구름은 조용히 맑게 걷히고 드디어 새봄은 다가오고 있었다. 잎이 피고 꽃망을 맺는 희망의 계절!봄.
참으로 14년이란 오랜 방황과 소용돌이치는 탁류속에서 이제는 맑은샘으로 정화되어 가는 새로운 희망의 봄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천주교 회장의 끈질긴 입교 권유로 78년도 8월 교리반에 나가 교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수녀님 그동안 마구잡이로 살아온 과거가 얼굴이 뜨겁도록 부끄럽고 얼굴 들고 하늘을 쳐다 보기가 죄송하다』고 하며『진작 수녀님을 만나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교리를 배웠다면 하늘이 무섭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그렇게 함부로 살지는 못했을 것』이라고하며 여기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날이 뼈에 사무치도록 후회스럽고 헛살아온 날들이 부끄럽기만 하다』고 했다. 그리고 『교리반에 안내해준 그 재소자가 고맙다』고 했다. 열심히 교리 배운 그해 성탄무렵 차인현 신부님의 주례로 요한이란 영명을 갖고 세례를 받았다.
79년도에 새로 부임한 배응찬 소장님의 배려로 교육사동이 창설되어 고시반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필립비 4, 13).
이 말씀은 의지가 약하고 기초적인 공부 실력이 미약한 그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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