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뭐 필요합니까? 등눕힐 방한칸 있으면 되고 삼시 세끼 굶지 않으면 됐지요』
60을 바라보는 세월동안 자기의 주머니를 더 채우기 위해 한번도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는 이성태(바오로ㆍ58세ㆍ수원교구 사강본당)씨. 그는 새해가 밝은 이 아침에도 여전히 돌봐주는 손길없이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을 행려병자와 거리의 부랑자들을 걱정하며 찾아 다니는데 여념이 없다.
더욱이 주머니에 더 넣으려고 하다보면 그것이 다 쓸데없는 욕심이라며 자기것을 모으기 보다는 어쩌다 손에 들어 온 것도 모두 눈 앞에 보이는 불우한 환자나 이웃을 위해 써야 직성이 풀리는 그는 「미친 사람에게 미친사람」이다.
이성태씨가 행려병자와 정신질환자ㆍ불우한 환자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생계를 잇기위해 갯벌에서 잡은 맛을 팔러 다니던 20여년전의 일이다.
마침 맛을 사기 위해 이웃 마을에 갔던 그는 그곳에 사는 친구의 장성한 아들이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친구의 아들은 언청이 임을 비관하고 죽으려 했다는 것이다. 수술을 하면 고칠수 있다지만 수백만원은 커녕 단돈 몇백원도 구할 수 없는 형편에 수술은 그림의 떡이었다.
아무리 큰 돈이지만 돈때문에 하나뿐인 생명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한 이씨는 사방으로 수소문을 한 끝에 친구 아들이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을수 있도록 했다.
3대째 신앙을 지켜온 그는 돈이 없어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애달픈 사연을 보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그때부터 그는 환자가 눈에 띄기만 하면 하던 일도 팽개쳐 버린채 환자를 들쳐 업고 교회로 병원으로 뛰어 다니기 시작 했다. 그 역시 가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몇년이고 열심히 일해서 갚겠다고 각서를 쓰기도 하고 그것도 안되면 나중에는 협박 반, 떼 쓰는 것 반으로 덤벼들었다.
『매일 환자나 미친 사람들만 데리고 다니다 보니 아픈 사람들을 미끼로 등쳐먹고 다니는 사기꾼이라는 비난과 오해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떤 때는 7~8명씩 되는 정신질환자들을 마땅한 거처를 찾을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비난과 오해가 클수록 소외받고 어려운 사람들의 영혼을 하나라도 더 구하기 위한 그의 노력과 신념은 변할줄 몰랐다. 그의 손을 거쳐간 환자의 수는 갈수록 늘어갔고 직접 서류를 준비, 교회 복지시설과 연결시켜 준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다.
눈에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이성태씨의 그리스도께 대한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친 사랑은 화성군에서도 인정을 받아 지난해 9월 군민의 날 행사에서 군수로부터 「애향 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울러 보이지 않게 쌓였던 그의 숨은 공로도 최근에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혼자 동분서주(東奔西走)하던 그를 중심으로 본당 전신자들이 마음을 모아 불우한 행려자와 부랑자를 위한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하는데 박차를 가하게된것이다.
15년전에 당했던 교통사고 후유증이 4년전에 재발, 가슴에 심장박동기를 달고 6년의 생(生)만을 약속받은채 하루하루의 삶을 채워 가고 있는 그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일의 일과를 보금자리 공사장에서 열고 마감한다.
이러한 모습은 주위의 사람들이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이끄는 소리없는 가르침이 되는 것은 물론 이웃의 아픔을 내 것으로 여기고 함께 나눌줄 아는 신앙인으로 성숙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사강본당 교적번호 1호임을 자처하는 그는 또 어려운 공소시절 공소회장을 맡으며 자비를 털어 공소강당 건립에 필요한 3백50여평의 땅을 기증, 사강본당이 분리되면서 현재의 위치에 새 성전을 세울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한 사강본당의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남겨진 생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성태씨는 『이 세상이 누구나 똑같이 존중받으며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면서 『의사가 6년이라는 시간을 예견했지만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것 아닙니까?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면서 부르시는 날까지 불우한 사람들과 기쁘게 살다 선종할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하겠다』고 작은 소망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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