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민간신앙안에 그리스도교적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아는 이는 극히 드물다. 본보는 한국의 민간신앙에 끼친 그리스도교의 영향과 상호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서양자 수녀의 「가톨릭과 한국의 민간신앙」을 몇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동양에 일찍이 그리스도교가 전래되었다. 서기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파문당한 경교(景敎)가 635년 당나라에 들어가 7세기 중엽에 이미 성경이 한문으로 번역되었다.
1956년 우리나라에서도 신라때 것으로 보이는 성모상과 석십자가가 발견되었다. 동양에서 경교의 성모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하나 뿐이다. 영국의 골든 여사는 일평생을 동양의 그리스도교와 불교와의 관계를 연구하였는데 석굴암의 12면 관음상은 경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하였다. 삼국시대의 불교는 서역에서 원시 그리스도교와 혼합되어 전래된 대승불교이며 통일신라시대에 전래된 정토교는 경교와 혼합된 불교이다. 고려때 승 일연(一然)은 고승으로 속명은 김견명(金見明)이다. 일연은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저자인데 삼국유사와 성경을 비교하면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다.
「이날 사양리(沙梁里)에 있는 알영정(閼英井)가에 계룡(鷄龍)이 나타나서 왼쪽 갈비에서 어린 계집애를 낳았다」.
이 신화는 구약성경의 창세기(2장21절~24절)와 흡사하다. 「가락국 바다 가운데에 어떤 배가 와서 닿았다. 배를 끌어당겨 찾아보니 까치들이 배위에 모여 들었다. 이윽고 궤를 열어보니 단정히 생긴 사내아이 하나가 있었다.」
이 신화는 구약성경의 출애굽기(2장3절~7절)와 흡사하다.
「경신년 봄 1월에 서울의 우물이 핏빛이 되었다. 서쪽 바닷가에 작은 물고기가 나와 죽었는데 이것을 백성들이 와 먹을 수가 없었다. 또 사비수(泗批水)의 물이 핏빛이 되었다」. 이 신화는 구약성경의 출애굽기(7장17절~24절)와 흡사하다.
「4월에 청개구리 수만마리가 나무 위에 모였다. 도시에 시정(市井)들이 까닭없이 놀라 달아나는 것이 마치 누가 잡으러 오는 것 같았다. 이래서 놀라 자빠져 죽은 자가 1백여며이나 되었다」. 이 신화는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에서 개구리소동기사(7장25절~29절)와 거의 흡사하며 삼국유사에서는 우물과 강물이 핏빛으로 변한 기사 바로 다음에 개구리 소동기사가 나오고 구약성경에 있어서도 강물이 피가 된 기사다음 바로 개구리 소동기사가 똑 같이 나오는데 순서까지 같은 것은 결코 우연이라 볼 수 없다.
13세기에 로마 가톨릭이 원나라에 들어가 14세기 초에는 중국에 북경교구와 천주교구(泉州敎區) 두개가 있었으며 북경에만 천주교 신자가 6천여명이나 되었다. 경교는 동양에서 약 7백여년 만에 절적(絶跡)되었고 로마 가톨릭은 원나라에 들어가 원의 멸망과 함께 1백50여년 만에 절적되었다가 16세기 중국에 다시 들어갔다.
성경의 내용과 가톨릭의 전래가 우리 민간신앙에 영향을 끼친듯 하여 흡사한 부분을 조사하였다.
『흠이 없는 일년 된 수컷이면 양이든 염소든 상관없다. 너희는 그것을 이달 십사일까지 두었다가 이스라엘 온 회중에 모여서 해질 무렵에 잡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피는 받아 그것을 먹을 집의 좌우문설주와 문 상인방에 바르라고 하여라』(출애굽12장5~7절).
『그날 밤 나는 에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전국에 있는 맏아들을 사람이건 짐승이건 모조리 치리라. 또 에집트의 신들도 모조리 심판하리라. 나는 야훼다. 집에 피가 묻어 있으면 그것이 너희가 있는 집이라는 표가 되리라. 나는 에집트 땅을 칠 때에 그 피를 보고 너희를 쳐 죽이지 않고 넘어 가겠다. 너희가 재앙을 피하여 살리라』(출애 12장 12~13절).
오늘날 처럼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출애굽기 12장의 내용은 사람들에게 전율을 느끼게도 하고 재앙을 피하게 해주는 구절이기도 하므로 민간신앙에 쉽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지는 하루의 해가 하지(夏至)로부터 차츰 짧아지기 시작하여 극한 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로 1년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민간에서는 팥죽을 쑤어 사당에 차례를 지내고 더운 팥죽을 대문 담 창틀에 수저로 뿌린 뒤 집의 각 방과 헛간 마루 등에도 한 그릇씩 떠다놓는다. 여기서 붉은 팥죽은 피를 상징하는 것으로 출애굽기 12장과 흡사하다.
우리 민간 신앙에서 피를 문설주에 발라 사람과 짐승의 병을 막았다.
○두창이 유행할 때는 개의 생피를 문에 바르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경기)
○장티푸스에 걸렸을 때 개의 피를 문앞에 뿌려 두면 완치된다(강원)
○홍역은 흰 개를 죽여 그 피를 문에 바르고 고기는 가족만이 먹으면 삼년간은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다(경북)
○소에 대한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외양간 입구의 벽에 붉은 흙을 발라두면 악성전염병의 침입과 감염을 막을수 있다(경남)
○짐승의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소뿔에 붉은 칠을 해두면 절대로 전염되지 않는다(함북)
○이질 치료에는 개의 생피로 환자의 몸을 닦는다(황해)
○임산부에게 악귀가 들었을 때 붉은 흙을 집 주위에 뿌린다.
우리나라 풍속에 남아를 출산하면 왼새끼줄에 중간 중간에 생솔가지와 숯 그리고 빨간 고추를 섞바뀌게 끼워서 대문간에 줄을 치고, 여아를 출산한 경우에는 생솔가지나 숯 종이를 끼워서 치는데 이것을 금줄 혹은 인줄이라 한다. 강화도에서는 인줄을 치는 것 외에 남아를 출산하면 대문 앞에 황토(주토)를 다섯 무더기해 놓고 여아를 출산하면 황토를 세 무더기해 놓는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 호열자가 마을에 들어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특히 홍진이 한번 돌면 마을을 휩쓸듯이 많은 어린이가 사망하였다. 이외에 하찮은 병에도 어린아이가 쉽게 사망하므로 부모들은 아이 사망에 대한 공포증 까지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의학이 발달하지 못하여 어린이 사망율이 높았던 시대에 출애굽 12장의 내용은 사람들에게 전율을 느끼게도 하고 재앙을 피하게 해 주는 구원의 복음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기서 황토(주토)는 피를 상징한다. 강화도는 일찍이 성공회가 들어가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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