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가 다가오면, 대부분의 신자들은 어떻게 해야 이 시기를 보다 뜻 깊게 보낼 수 있을지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선다. 그 방법 중 ‘책’을 통한 사순 묵상과 기도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이는 한 줄 글귀에서 신앙의 메시지를 얻는다. 어떤 이는 한 짧은 문장을 통해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한 권 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신비를 깨닫는다. 바로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최근 교계출판사들은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되새기면 좋을 신앙의 지혜를 담은 책들을 펴내 관심을 모은다. 특별히 사순 시기 40일간 매일 묵상집으로 활용하면 더욱 도움이 될 만한 추천도서다.
■ 가톨릭출판사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조앤 치티스터 수녀 지음/ 박정애 옮김/ 220쪽/ 1만2000원
역경에 처해 보지 않은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다.
“이 속담대로라면 고통 없는 삶은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바람직하지도 않은데, 과연 이것이 맞는 말인가?”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의 저자 조앤 치티스터 수녀는 반문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고통과 실패는 우리에게 새로운 인생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또 치티스터 수녀는 우리가 기쁨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나름대로 중대한 철학적·영적 의미가 있는 기쁨과 축복을 무시한다고 토로한다. 그는 “기쁨은 때맞춰 오는 하느님의 영이며, 대가없이 영원함을 맛보게 해 준다”면서 “우리는 기쁨이 미래에도 일어날 것이라 기대하기에, 힘겨운 날들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치 부활의 기쁨을 알기에 수난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따라 치티스터 수녀는 “살면서 이해되지 않는 것을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시 한 번 인생을 새롭게 보자”고 권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코헬렛서의 말씀을 새기고 묵상할 것을 제안한다.
“구약성경의 지혜서 중 하나인 코헬렛서를 통해 인생이 각자가 경험하는 작은 조각들로 이뤄진 모자이크임을 알 수 있고, 그 삶의 순간들을 잃어버리기 전에 이해하고 놓치기 전에 누리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즉 치티스터 수녀는 삶의 각 순간들이 연결돼 최종적으로 하나의 드라마가 완성되기 때문에 삶의 경험과 순간들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생의 순간’에 주목한다. 그 순간은 ‘태어날 때’, ‘잃을 때’, ‘사랑할 때’, ‘울 때’ 등 16가지다. 이어 각 순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상황이 아니라 영적인 시기와 때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실패하고 좌절하는 순간이 있다. 치티스터 수녀는 “이 순간은 그저 실패일 뿐이며, 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순간이 바로 “잃을 때”라고 말한다. 그 순간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영혼을 비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조언이다.
베네딕도회 소속의 치티스터 수녀는 40여 년간 교회 쇄신과 영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저술과 강연을 펼쳐왔다. 인권과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세계적인 영성가이기도 하다.
■ 바오로딸 「요나와 함께 걷는 40일」
안드레아 슈바르츠 지음/ 황미하 옮김/ 204쪽/ 6000원
요나 예언서는 구약성경의 짧은 글들 가운데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성경 이야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요나와 함께 걷는 40일」의 저자 안드레아 슈바르츠는 이 요나 예언자의 이야기는 “지금, 이곳에 있는 ‘나’의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요나 이야기는 나 자신에 대해 묻습니다. ‘나는 하느님이 주신 사명에, 그분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라고요.”
구약성경 속 요나는 내일을 계획했고, 니네베 사람들은 자기네 나라가 멸망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순간에 모든 게 달라졌다. 슈바르츠는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마주한 현실”이라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모든 게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릴 수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요나는 하느님께서 주신 ‘가라’라는 군대식 소명을 피해 멀리 달아났지만, 결국 돌아와 그 사명을 수행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니네베에 자비를 베푸신 것을 보고 투덜댄다. 자기 뜻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요나를 통해 “인간적인 기준에 따라 속 좁고 이기적으로 판단하는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조언한다.
슈바르츠는 「요나와 함께 걷는 40일」에서 구약성경 요나 예언자의 이야기를 40개 단락으로 나눠 흥미롭게 써내려갔다. 사순 시기 40일 동안 읽으면서 요나서를 이해하고, 매일매일 삶의 지혜를 차근차근 쌓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야기들이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올 만큼 재미있고 또 재치 있게 풀어가는 대목들을 만날 수 있다. 겁이 많고 화도 잘 내고 불평과 투정을 부리는 요나의 인간적인 모습은 우리 자신을 보는 듯 친근하기까지 하다.
예를 들어 저자는 사순 7일째, ‘삶의 폭풍 속에서’라는 주제의 글을 통해 폭풍 속에서 ‘하느님’을 찾아 울부짖으며, 동시에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모든 짐을 바다로 내던지는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제시한다. 이어 “뱃사람들은 자기네가 믿는 신에게 청할 것과 스스로 실행해야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안다”라고 설명한다.
또 각 이야기 끝에는 짤막한 말씀 카드를 제시해 읽는 이들이 잠시 멈춰 묵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 생활성서사, 어린이 사순 길잡이 책 2권
「사순 시기, 예수님을 닮아가요」(코니 클락 지음/ 짐 버로우즈 그림/ 김경은 옮김/ 56쪽/ 7000원)는 사순 시기의 고유한 전례와 교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책이다. 큼직한 글씨체에 친숙한 그림과 재미난 활동을 통해 신앙 지식을 전해 주고, 체험으로 이끈다.
전례력에 따라 달라지는 사순 시기와 부활절을 계산하는 방법, 사순의 의미에 맞는 실천 사항들도 소개한다. 사순 팔찌를 만드는 방법이나 사순이 깊어갈수록 달라지는 성당과 미사전례 모습들, 부활 달걀을 꾸미는 방법까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풍성하게 담았다.
「어린이 십자가의 길」(마크 닐센 지음/ 짐 버로우즈 그림/ 김경은 옮김/ 56쪽/ 5000원)은 사순 시기에 가장 많이 봉헌하는 ‘십자가의 길’을 어린이에게 맞게 구성해 엮었다.
어린이들에게 십자가의 길 기도는 어렵게만 보인다. 반면 기존 십자가의 길은 어린이들에게 무관심해 보일 정도로 어른들 위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도문과 묵상 글, 상징 그림으로 꾸며져 더욱 관심을 모은다. 특히 묵상 글들은 억울하게 꾸중을 받은 이야기, 가끔 미사에 빠지고 싶은 유혹, 자꾸 실수를 해서 낙담한 이야기 등 아이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흥미를 돋운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손희송 주교(서울대교구 총대리)는 추천사를 통해 이 도서들은 신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이끌며 깊이 있게 안내해준다”고 권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