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화와 가톨릭’ 특별 기획전을 앞둔 드망즈 갤러리 이소영 관장(오른쪽)과 기획전을 위해 소장품을 내놓은 이돈수씨가 전시될 사료들과 기획전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대구 근대화 중심에는 가톨릭교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대구대교구 새로운 100년을 생각하고 주님 뜻을 다시 읽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특별 기획전 ‘대구 근대화와 가톨릭’을 마련한 드망즈 갤러리 이소영(가타리나·46) 관장과 기획전에 아끼던 소장품을 내놓은 이돈수(가밀로·51·021갤러리 관장)씨.
두 사람은 “대구 지역 근대화와 함께 그리스도 사랑을 널리 알린 가톨릭교회 정신을 되살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기획전은 3월 3일부터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드망즈 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근대화’라는 단어를 접할 때 서양 문물 보급과 기술 발달 등 겉으로 보이는 경제적 효과에 치중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 관장은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했다.
개항과 일제강점기로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물질문명 도입에 앞서 조선 사람들의 ‘정신 근대화’를 이끈 것은 가톨릭교회였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대구에는 문화와 관광 테마를 중심으로 ‘골목투어’ 등이 10여 년 전부터 개발돼왔다”며 “하지만 사회 속에서 지대한 역할을 한 가톨릭교회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시되는 개인 소장품 300여 점은 이돈수씨가 젊은 시절부터 30여 년간 집념으로 모은 것들이다. 1920년대 대구 계산주교좌대성당을 찍은 사진, 아명(兒名) ‘안응칠’(安應七)이라는 이름표를 가슴에 붙인 안중근 의사 사진 등 가치가 높은 사료들이 총망라됐다.
이씨는 “대구와 한국 근대화를 주제로 한 사진 중 상당수는 이미지 해상도가 떨어졌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원본을 바탕으로 작업한 깨끗한 이미지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씨는 근대화 지식 보급에도 가톨릭교회가 선두적인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이 했지만 실질적인 보급은 가톨릭교회가 했다고 할 만큼 가톨릭은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근대 시대정신을 선두했습니다.” 전시회에서는 한글로 출판된 다양한 교리서 등 고서들이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이들이 전시회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점은 또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톨릭교회 가르침이 근대화에 미친 영향이다. 이들은 “가톨릭은 근대화 당시 유교적 신분사회와 충돌하며 박해와 수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런 과정 속에 근대를 향한 시대정신이 태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 문을 연 드망즈 갤러리는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자체 기획과 초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지역 사회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다.
이 관장은 “앞으로 성(聖)과 속(俗), 가톨릭교회와 사회를 잇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전시회를 찾아주시고 감동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