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있는 평신도들이 7년 동안 이어온 공부와 수련, 실천의 체험들이 연구소 설립의 바탕이 됐습니다. 변화를 직접 체험한 평신도들의 열의와 노력의 결실이지요.”
2월 25일 개소한 의정부교구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프란치스코) 초대 소장은 “오늘날엔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정체성을 자각하고 복음적 가르침을 실천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한다.
“서구 사회에서 종교의 탈제도화 경향이 나타난 지는 오래 됐고, 이제 한국 사회,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도 탈제도화가 객관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교회 생활을 하지 않고서도 신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나타나는 것은 다양한 위기의 한 가지 측면이다. 박 소장은 이론적인 교리교육 강화만으로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위기 대응 방안을 평신도의 신앙과 삶의 질적 변화에서 찾고 있다.
“교회 가르침에 대한 공부로 신앙의 지적 측면을 강화합니다. 아울러 영성 수련을 통해 복음과 영성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웃 사랑의 실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박 소장은 이를 7년간의 공동체적 노력으로 체험했다고 한다.
연구소 설립 또한 박 소장이 지도한 평신도 모임이 바탕이 됐다. 이 모임에서는 2010년부터 4년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공부를, 이후 3년 동안 평신도 영성 연구와 수련을 실시했다. 처음엔 4명으로 시작했던 모임의 참가자는 곧 19명으로 늘어났고, 경기도 고양시에 학습장이자 수련장, 사무실도 마련했다. 모임 이름은 ‘Coram Deo’(라틴어 ‘하느님 앞에서’, 회장 박현)라 짓고, ‘일상 영성’ 즉 세속의 일상 속에서 공의회가 강조한 평신도의 성화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연구소는 이러한 소명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공유하기 위해 설립했다. 공동의 노력과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연구소는 ‘공동체’의 성격도 갖는다.
특히 박 소장은 “교회의 쇄신과 변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만, 큰 변화가 빨리 이뤄질 수는 없다”면서 “지속적인, 느리더라도 작은 변화들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위기와 문제를 자각한 평신도들로부터, 또한 구체적으로 이어지는 작지만 다양한 변화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 사회와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구소 설립이 “다른 많은 평신도들이 펼쳐나갈 또 다른 실천의 동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