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지내다보면 제가 사제인지 사회복지사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저를 찾아와서는 약을 달라고 하고, 우물이 필요하다고 하고, 교통비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씩 신앙을 상담하거나 병자성사를 신청하면 약간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다시 고민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원조 이외에 하느님의 사랑을 더 잘 전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은 가정방문을 하고 이곳 교우들의 삶을 좀 더 알게 되면서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정말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 앞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가 늘 마음에 떠오릅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십시오. 그리고는 그 도구가 단지 사제의 역할에만 머물러선 안 됨을 깨닫고 사목자로서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아가게 됩니다.
공소 신축을 위해 교우들과 함께 일을 하던 중에 ‘무삐라’라는 청년 한 명의 바지에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물었더니 어렸을 때 허벅지 안쪽에 작은 종양이 생겼는데 자라면서 점점 커져 이제는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공소 신축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고마웠고, 교통비가 없어서 병원을 가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든 이 친구를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습니다.
청년 무삐라가 김종용 신부에게 보낸 감사의 편지.
200㎞ 떨어진 곳에 캐나다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환자들을 데리고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공소에서는 음식을 잘 흡수하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3살 된 아이가, 다른 공소에서는 눈이 어두워 앞을 잘 못 보는 16살 학생이 있었습니다. 기회다 싶어 모두를 태우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진료를 기다리는데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가 다가오더니 아기 먹일 분유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무삐라가 저와 아기 엄마의 모습을 보고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줄 알고 다가왔습니다. 무삐라는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큰 목소리로 냈고, 그 아기 엄마는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무슨 일이었는지 물으니 아기에게 음식을 먹일 돈이 없다면 얼른 가서 농사를 지어야지 왜 병원에서 이러냐며 야단을 쳤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아기 엄마가 늘 이곳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여인에게 화를 낸 청년의 모습 안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 살아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순수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삐라는 수술을 받아 지금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양실조였던 어린아이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시력이 좋지 않은 여학생은 많이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교통비가 없어서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 듯합니다. 그저 작은 일이라도 주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가장 큰 기쁨 중에 하나입니다.
3월은 성요셉성월입니다. 그리고 그 첫날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결국 재처럼 흙으로 다시 돌아갈 저의 삶이 잠깐 살아 숨 쉬는 동안만이라도 요셉 성인처럼 주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십시오. 아멘.
※ 후원금은 수원교구 해외선교지를 위해 사용됩니다.
※ 후원 ARS : 1877-0581
※ 후원 계좌 : 국민 612501-01-370421, 우리 1005-801-315879, 농협 1076-01-012387, 신협 03227-12-004926, 신한 100-030-732807 (예금주:(재)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
※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기도 후원 안내
-해외선교지 신부님들과 교우들을 위한 묵주기도, 주모경 등을 봉헌한 뒤 해외선교후원회로 알려주시면 영적꽃다발을 만들어 해외선교지에 전달해 드립니다.
※ 문의 031-268-2310 해외선교후원회(cafe.daum.net/casuwonsudan)
김종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