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직암선교회 설립 당시 초대회장을 맡아 올 2월까지 10년간 회장직을 역임한 엄경득씨.
“한국교회는 평신도였던 우리 신앙선조들이 스스로 이룬 교회입니다. 그 선교정신을 이어받아 더 넓은 세상을 향한 복음 선포에 많은 신자분들이 함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엄경득(암브로시오·74·용인대리구 상현동본당)씨는 지난 2월 25일 설립 10주년 행사를 진행한 직암선교후원회(이하 직암회)의 초대회장이다.
엄씨는 설립 당시부터 10년 동안 직암회 회장을 맡으며 직암회의 활동을 꾸려왔다.
직암회가 설립된 것은 2007년 3월 1일. 당시 용인대리구 상현동본당 주임이었던 김동원 신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직암 권일신(프란치스코하비에르)을 비롯한 우리 신앙선조의 정신을 이어받아 평신도가 해외선교에 나서기 위해 평신도 선교사를 양성하고 파견·후원하는 단체로 조직됐다. 당시 본당 총회장을 역임하고 있었던 엄씨가 직암회 회장을 맡았다.
“직암회를 꾸려 나가는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직암회가 이어져 온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습니다.”
평신도 스스로, 그것도 우리 신앙선조의 정신을 이어받은 선교사를 양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구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이례적인 시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립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직암회 설립을 주도하던 김동원 신부가 중국 다롄(大连)으로 소임지를 이동하면서 직암회를 유지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다행히도 직암회는 어려움을 딛고 교구 복음화국 중국선교후원회 산하 단체로 인준돼 교구 해외선교사업을 후원하는 단체로 자리잡게 됐다.
당시 교구는 아프리카 남수단에 선교사제를 파견하는 등 교구 해외선교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었기에 해외선교를 지지하는 신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였다.
“2010년 중국에서 한국, 중국, 일본 신자들이 함께 모여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행사’를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국 신자들의 참가는 직암회가 주도했는데,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데 세계의 신자들이 함께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암회는 중국선교후원회에 소속된 만큼 중국 선교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본당과 신학교에 지속적으로 후원을 했고, 중국·일본과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5일 라오닝교구장 페이쥔민 주교가 엄경득 전 직암선교후원회 회장(가운데)에게 직암회의 후원에 감사하는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직암선교후원회 제공
본래 설립 목적인 평신도 선교사 양성도 충실히 해 2010년에는 2명의 평신도 선교사를 중국에 파견하기도 했다. 2013년 해외선교후원회로 소속을 옮기면서는 일본과 미국에도 평신도선교사를 파견했다.
“직암회가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서는 신자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직암회를 영적·물적으로 후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직암회가 10년에 걸쳐 자리를 잡아올 수 있었던 것은 후원회원들의 관심과 후원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엄씨는 “평신도들이 하는 단체다보니 본당 등에서 홍보하기가 어렵다”면서 “현재 후원회원은 860여 명에 달하지만 후원금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분은 1/5 가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회장을 맡아온 엄씨는 지난 2월 20일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고문으로서 직암회의 활동에 계속 함께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신앙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힘이 닿는 한 직암회를 통한 선교사명에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 평신도 스스로의 의지로 이뤄지는 선교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리라 믿습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