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을 돌보던 당시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오른쪽)와 마가렛 피사렉 수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05년 11월 22일 벽안의 노수녀들은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와서 천막을 치며 간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천막을 접어야 할 때”라며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자신들의 전 생애가 녹아있다시피 한 소록도를 떠났다.
1962년부터 2005년까지 43년간 소록도에서 온 정성을 다해 한센인을 돌봤던 오스트리아 출신 마리안느 스퇴거 수녀와 마가렛 피사렉 수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4월 개봉한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돌볼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에 구호단체 다미안 재단을 통해 1962년 소록도에 왔다. 이들은 훗날 “그곳에서 참, 행복했습니다”라는 소회를 남겼는데 이를 증명하듯 두 수녀는 공식 파견 기간 5년 뒤에도 자원봉사자로 소록도에 남아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센인을 보살폈다. 이들 봉사 결과는 한센병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한센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 ‘가족’, ‘그놈 목소리’ 등 영화에서 연출부로 활약한 윤세영(안드레아)씨가 감독을 맡았고 이해인 수녀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두 수녀 이야기는 책으로도 출판됐다.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성기영/308쪽/1만4000원/예담)은 40년 넘게 한결같이 우유를 환자들에게 따라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두 수녀의 꾸준한 사랑실천을 담담하게 전한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글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큰 사랑을 실천한 두 천사들처럼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찾아나서는 사랑의 용기를 우리도 지녀야 할 것”이라고 했다.
3월 6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윤세영 감독은 “저는 작은 그릇이지만 두 분의 뜻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저자 성기영(아가파) 작가도 “상위 1% 영혼의 소유자들을 만난 것은 작가로서 영광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