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부르시어 가족과 고향을 떠나 당신께서 약속하시는 땅으로 올라가라고 명하십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 맡기고 당신의 명령에 따른다면 아브라함이 큰 민족이 되게 하고, 그에게 복을 내리며, 그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렇게 아브라함은 “버라카”, 곧 “복”이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복이 된다는 말은 아브라함을 받아들이는 이는 누구나 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인데, 아브라함의 복을 얻게 되는 이는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종족들”입니다.(창세 12,3) 사도 바오로는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누구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어 아브라함에게 약속된 복을 누리리라고 말합니다.(로마 4,13-25) 그들은 믿음으로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그분의 땅인 하늘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주님을 위해 증언하다가 그분 때문에 수인이 된 상황에서 아들처럼 여기던 티모테오에게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라고 권고합니다. 아브라함이 가족을 떠나 고난의 길에 접어들었을 때 비로소 약속의 땅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그분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는 바오로 자신처럼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난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군사가 되어 복음 선포를 위해 감옥에 갇히는 고통까지 불사하는 것을 말합니다.(2티모 2,1-13)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참고 견디어 내며 그분을 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일은 자기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언제나 “하느님의 힘”에 의지해야 합니다.(2티모 1,8)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오는 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복”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여 당신 계획에 따라 부르신 목적도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 은총에 따라 우리를 구원하신 것도 우리 모두가 거룩하게 살아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여 모든 이에게 “복”이 되도록 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이는 창조 이전부터 이미 계획된 것으로 예수님을 통해 온전히 드러났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창조 이전부터 계획된 모든 일을 이루는 분임이 드러난 “거룩한 변모” 사건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거룩한 변모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하느님의 일”(마태 16,23)을 이루기 위해 예루살렘에 가서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마태 16,21) 예수님도 당신의 목숨을 내어놓음으로써 모든 이에게 복, 곧 구원이 될 것이고, 그런 당신을 하느님께서 부활시켜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베드로는 예수님을 말립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까지 말하면서 당신 뒤로 가서 당신 뒤를 따라오라고 권고하십니다. 당신처럼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명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변모 사건은 이런 가르침이 주어진 뒤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하느님의 일,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는 분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곧 십자가 죽음을 통해 우리 죽음을 없애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복, 곧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시리라는 말씀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이리 보니 오늘 복음의 “거룩한 변모”란 예수님의 모습이 단순히 변한 사건이라기보다 제자들 입장에서 온전히 깨닫지 못하던 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도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참된 복, 곧 약속의 땅인 하늘나라에 들어가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시는 분임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바오로처럼 자신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라는 고난에 동참함으로써 다른 이에게 “복”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의 힘”을 간청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교황청립 성서대학에서 성서학 석사학위를, 부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