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환 신부가 3월 1일 오후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원 안에 사진은 일본 예수회 나카이 준 신부.
일본인 사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과거 잘못을 사죄했다.
1년 전 한국에 온 나카이 준 신부(일본 예수회 시모노세키노동교육센터)는 제98주년 3·1절인 3월 1일 오후 서울 평화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에 발언자로 나와 “일본이 얼마나 심한 잘못을 했는지 알고 가슴이 매우 아팠다”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천주교 전국행동’ 주관으로 열린 이날 미사에는 각 교구와 수도회 소속 사제 50여 명과 수도자, 평신도 등 800여 명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나카이 신부의 발언을 끝까지 듣고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나카이 신부는 “5년 전 일본 시모노세키에 있을 때 한일 역사를 공부하게 됐고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꿈을 갖게 됐다”며 “그러던 중 2년 전 미국에서 소녀상을 처음 보고 소녀상은 세계 폭력 피해자 모두와 연대를 이루는 상징물임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 지낸 지난 1년은 한국인과 함께 소녀상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앞으로 4월에 일본에 돌아가 일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소녀상을 세우는 일을 함으로써 일본이 과거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새로운 미래로 한 걸음 나가도록 돕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날 미사는 주한일본대사관 바로 인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소음 속에서 봉헌됐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미사 주례와 강론을 맡은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호명환 신부(작은형제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내면의 갈망과 탄원을 하느님께 올린다”고 말했다. 호 신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일본과 한국 정치인들의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거짓이 만천하에 드러날 날이 올 것”이라며 “빛으로 진리를 밝히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편에서 부당한 위안부 합의의 진실도 드러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사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의당 심상정(마리아) 국회의원 등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272차 수요집회가 열렸다. 심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일본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금으로 제시한 10억 엔을 당장 일본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