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모든 사람이 ‘남수단’하면 아마 내전을 떠올릴 것입니다. 2013년 내전이 발발하고, 작년 7월 다시 한 번 수도 주바에서 대통령 측과 전임 부통령 측의 싸움이 일어난 이후 남수단에서는 아직까지 내전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곳 쉐벳과 아강그리알은 딩카족만 사는 지역이고, 굳이 쳐들어가서 빼앗을만한 가치가 있는 땅이 아니기에 내전의 영향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내전 때문에 물류가 멈추고, 시장에 물건들이 들어오지 않으면 물가가 치솟아 조금 힘들어지긴 합니다.
내전의 위험은 없지만 싸움은 끊이지 않습니다. 아강그리알은 응압 카운티에 속하면서 그 중심이 되는 마을입니다. 응압 카운티에는 딩카, 주르벨, 봉고 이렇게 세 부족이 살고 있는데, 작년부터 딩카와 주르벨 족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딩카 족이 사는 응압이라는 마을은 주르벨 족 거주 지역과 맞닿아 있는데, 이 싸움 때문에 응압 마을 사람들이 아강그리알 마을로 피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응압 마을에서 농사 짓던 사람들 중에는 무서워서 추수를 포기하고 도망쳐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콤보니 초등학교 망고 나무 아래에서 주지사와 마을 원로들이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자정이 다된 시간에 중년의 한 남자와 젊은 청년이 총상을 입고 저희 판아킴(진료소)을 찾아왔습니다. 응압에서 또 싸움이 일어나 아강그리알 경찰이 중재하러 갔다가 한 명은 죽고 두 명은 총상을 입어 피를 흘리며 찾아온 것입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서 이들을 잘 치료해 주셨습니다.
딩카와 주르벨 족 사이에 반목이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주지사가 직접 아강그리알을 방문했습니다. 주지사는 응압 카운티의 모든 마을 원로들을 아강그리알로 초대해 평화를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지사와 일행들은 토요일에 미리 와서 저희 본당 숙소에 머물고, 주일에 다함께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미사 후 콤보니 초등학교 망고 나무 아래 모여 평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였습니다. 신부인 저에게 기도로서 모임을 열어주기를 청하기에 가서 부족 간의 평화와 화합을 바라는 기도와 강복을 주고 돌아왔습니다. 매일 미사 후 신자들과 함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칩니다만, 이날처럼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간절히 다가왔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평화와 화합은 저 멀리 보이는 흐릿하고 아련한 희망의 말이 아닙니다. 당장 내 눈앞에서 이루어져야하는 현실이고 생명과 삶의 문제입니다. 복수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복수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두려움에 마을을 떠나야 하고, 추수를 포기해야하기도 합니다.
평화를 위한 2박3일간의 대화가 끝나고 주지사가 떠나기 전에 대화는 잘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대화는 잘 됐다고 합니다. 과연 복수가 멈추고 평화가 찾아올까요. 오늘도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분명 싸움은 또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땅에 하느님의 참 평화가 찾아오리라 믿으며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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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