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서울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 20주년 기념행사 중 유경촌 주교(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노숙인들에게 점심을 나눠주고 있다.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회장 이향배 수녀, 이하 협의회)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3월 6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노숙인급식시설 토마스의 집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를 주례한 유경촌 주교(동서울지역 및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대리)는 강론에서 “예수님도 공생활 3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던 것”이라며 노숙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을 호소했다.
기념미사 뒤 장소를 옮겨 영등포공원에서 열린 기념행사는 SBS 개그맨 최기영의 재치 있는 진행으로 꽃샘추위가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도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됐다.
협의회장 이향배 수녀는 기념사에서 “내가 저들을 굶겨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마르 8,3)는 복음을 인용하며 “노숙인들이 길에서 쓰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한끼 한끼 마련하다보니 20년이 흘렀다”며 협의회 설립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다. 또 “노숙인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나눔은 계속될 것이며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섬길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함께한 서울시의회 이순자(소피아·서울 응암동본당) 의원은 “서울시에서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되지 않을 때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경촌 주교는 “20년 동안 수고한 시설장, 관계자, 봉사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협의회가 오늘을 계기로 좀 더 큰 힘으로 노숙인과 함께할 결심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 뒤 주최 측은 점심을 마련해 참석한 1000여 명의 노숙인에게 나눠줬다.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는 가톨릭 복음정신에 입각해 노숙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교회 안팎에 알리고 노숙인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 간 상호교류와 공동연대를 위해 1998년 4월 ‘서울가톨릭행려인복지협의회’로 출발했다. 1999년에는 협의회 주관으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실직노숙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2008년부터는 동절기에 서울역을 비롯한 노숙인 밀집지역에서 야간순행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 시행을 계기로 ‘서울가톨릭노숙인복지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날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성환 신부)는 기념식에서 20년간 노숙인 생명보호와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협의회 소속 사랑의 집 한안숙(골롬바) 원장, 사랑의 나눔회 박대성(바르나바) 원장, 토마스의 집 박경옥(데레사) 총무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