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코수도회, 북한이탈주민의 중도입국자녀 위한 한국교회 첫 그룹홈 추진
사각지대 北이탈주민 자녀 돕는 구심점 기대
중도입국자녀 수 급격히 늘어
사목적 관심·배려 필요성 증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경우 많아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 절실
■ ‘중도입국자녀’는 누구?
도미니코수도회가 한국교회에서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중도입국자녀(아동)’를 위한 그룹홈을 만든다.
도미니코수도회 조성하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북한이탈주민지원분과 대표)가 추진하는 중도입국자녀 그룹홈은 도미니코수도회가 이전에 사용하던 서울 미아동 수도원 건물에 들어선다. 3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 5월에 공사를 끝내고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도입국자녀 그룹홈은 교회가 담당하는 민족화해의 대상과 방식을 넓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 신부가 그룹홈을 통해 돌보고자 하는 중도입국자녀는 용어부터가 아직 교회 안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미니코수도회가 사목대상으로 정한 중도입국자녀는 일반적으로 북한을 탈출한 여성이 남한에 입국하기 전 제3국(대부분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현지인(중국인)과의 사이에서 얻은 자녀가 부모를 따라 남한에 입국했을 때 부르는 명칭이다. 보통 부모가 먼저 입국하고 자녀가 시차를 두고 따라 들어오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비보호 청소년’,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 등과 의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의미의 일부가 서로 겹치는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관련된 중앙정부 기관인 통일부, 여성가족부,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명확한 용어 정립을 못 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이하 중도입국자녀라는 용어를 사용함)
도미니코수도회는 북한이탈주민의 중도입국자녀 수가 북한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 자녀보다 많아짐에 따라 그들을 위한 그룹홈을 운영하기로 했다. 사진은 북한이탈주민의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그룹홈이 들어서게 될 서울 미아동 도미니코수도회.
■ 법적 혜택 제한된 중도입국자녀들
중도입국자녀는 북한이탈주민과의 의미 차이를 따지면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북한이탈주민을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북한 주민의 자녀로 태어나 북한에서 거주하다 남한에 들어오면 중국을 거쳐 왔더라도 북한이탈주민에 해당되며 중도입국자녀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민족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남한에 정착하면 거주와 직업 선택, 학업 등에서 다양한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중도입국자녀는 신분상으로 대부분 외국인이며 북한에 거주한 사실이 없고, 실제 한국어를 전혀 못 하거나 한국어를 사용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비율이 매우 높다. 외국인 신분으로 인해 북한이탈주민과 달리 법적 혜택을 받을 길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3국에서 출생한 자녀를 둔 3인 가구는 국내에서 기본정착금 1200만 원과 주거지원금 1700만 원을 지원받는다. 그나마 2월 7일 제3국에서 출생한 북한이탈주민 자녀 1인당 양육가산금 400만 원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양육가산금은 1회 지원된다.
■ 빠르게 증가하는 중도입국자녀 수
도미니코수도회가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그룹홈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도입국자녀의 수가 북한에서 태어난 북한이탈주민 자녀보다 많다는 심각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재단인 남북하나재단 통계를 보면 2015년 말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만 24세 미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1249명으로 북한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 1226명보다 많다. 뿐만 아니라 중도입국자녀 수는 2011년 말 608명에서 2015년 말 1249명으로 배 이상 늘 정도로 증가속도가 빠르다. 탈북민 자녀보다 국내에 더 많은 수가 들어와 있는 중도입국자녀에게 기본적인 ‘거주 제공’이라는 부분에서 교회가 사목적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야 하는 분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도입국자녀를 주 교육대상으로 하는 학력인정 대안학교인 수원교구 시흥 희망나래학교.
■ 한국교회 인식 확대되길
한국교회는 중도입국자녀들에게 대안학교 운영과 한국어 교육, 인도적 물질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그룹홈 운영은 아직까지 시도된 적이 없다.
중도입국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로는 가톨릭교회 내 유일한 교육청 인가·학력 인정 시설인 수원교구 ‘희망나래학교’, 광주대교구 ‘행복학교 36.5’(비인가) 등이 있다. 인천교구 새터민지원센터는 지난해 5월 인천 논현동 신성프라자 8층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인천 남동구와의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교구 직접 운영 방식으로 바꾼 뒤 그리스도 정신과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지역 사회 적응을 돕는 사업을 추가로 전개하고 있다.
도미니코수도회가 한국교회 최초로 중도입국자녀를 위한 그룹홈을 운영하게 되면서 이들을 대하는 한국교회 인식의 범위는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