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년이 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과 행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남의 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관해 교회일치운동 관련 전문가들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소속 수도자였다는 단순한 사실 만으로도 가톨릭신자들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관심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저서 「마르틴 루터」(모명숙 옮김/ 72쪽/ 6000원/ 분도출판사)는 교회일치 관점에서 루터가 보여준 여러 가지 모습을 조망한 책이다.
카스퍼 추기경은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신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79년 그리스도교일치사무국(현 교황청 일치평의회) 자문위원 활동을 시작으로, 교회일치운동의 선구자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 책을 통해 “루터가 지니는 현실성에 대해 언급하려면, 그 전에 먼저 루터라는 인물과 그의 활동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에야 “가톨릭과 신교 두 교회와 교회일치운동의 변화된 상황에 그를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카스퍼 추기경은 “루터가 본래 지녔던 종교적 관심사를 인정하고, 루터를 교회 분열의 책임자로 인식하기보다 그의 판단이 얼마나 타당했는지 또한 그가 지닌 수많은 통찰들이 어떻게 수용됐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가톨릭신자들은 루터를 서양교회를 분열시킨 이단자라고만 인식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루터는 처음부터 새로운 교회를 세우려 했던 것이 아니라 기존 로마 교회의 부조리를 개혁하고자 했다. 당시 로마 주교들은 회심을 촉구하는 루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결국 가톨릭교회와의 단절이 시작됐다.
또한 카스퍼 추기경은 “가톨릭과 신교들은 일치를 원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의견을 보이지만, 그 일치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또한 그 여정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지적한다. 이어 교회일치운동과 관련해 루터가 한 가장 큰 기여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에 대한 복음 및 회개에 대한 호소”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로 카스퍼 추기경은 “오직 하느님만이… 깊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화해된 다양성에 이르는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