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드로 역 장대성씨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물 친근한 아저씨로 그려가며 뜨거운 믿음, 연기로 풀어”
“설레고 기쁘면서도 부담감이 큽니다. 초대 교황으로서, 열 두 사도 중 으뜸으로서, 그리스도 교회의 지도자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데 앞장섰던 ‘베드로’를 연기한다는 자체가 영광스럽습니다.”
4월 20일 막을 올리는 창작뮤지컬 ‘사도 베드로’에서 주인공 베드로 역을 맡은 배우 장대성씨. 가톨릭문화기획 ‘IMD’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노래와 대사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허구가 아닌 실제 인물을 표현한다는 것은 연기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특히 베드로 성인의 경우 초기 생애에 대한 자료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거의 백지 상태에서 ‘인물’의 맥을 잡아 나갈 수밖에 없다. 그는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려면 생애 전체에 대한 사료를 충분히 살피는 것이 중요한데, 성인의 기록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에 집중돼 있어 인물에 대한 전체적인 해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씨가 극 속에서 녹여내고 싶은 것은 ‘우리들과 별 반 다르지 않았던 이웃집 아저씨 같은 베드로의 모습’이다. “똑같은 인간적인 번민과 갈등, 약함을 지니고 있었던 성인의 면모는 연기를 하는 자신의 삶과 모습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성인이 순교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로 기존의 낡은 것들을 깨는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도 베드로의 그런 모습을 통해 세상의 구태와 불의에 맞서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예수’라는 인물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보는 연극이나 뮤지컬 작품이 드물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예수님의 혁신적인 메시지는 그저 성경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신앙인들에게, 또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 같습니다.”
평소 장씨가 지녔던 이러한 기대감은 ‘사도 베드로’ 오디션에 지원하는 한 계기로 작용했다.
“사람이 되시어 오셨지만 하느님이신 예수님과 달리, 같은 인간이었던 베드로의 신앙과 교회 안에 남긴 발자취도 궁금했었다”고 덧붙인 그는 “성인을 더 잘 알기 위해 모든 자료들을 샅샅이 훑으며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베드로의 대사 중 가장 뇌리에 남는 것은 “사랑은 사람을 성화시킨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활 속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았는데, 베드로 역을 연습하면서 마음에 담고 말로 표현하게 됐습니다. 사랑의 정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죠.”
현재는 냉담교우이지만 학창 시절 개신교회에서 성가대 활동을 했던 그에게 이번 뮤지컬은 신앙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이다.
“계속 묵상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같은 모습으로 죽는 것이 죄스러워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다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요.”
자연스럽게 자주 하느님을 떠올리게 된다는 그는 “연기가 막힐 때 마다 ‘잘 안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습니다’라는 기도로 도움을 청한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하느님께서 쉬고 있는 저를 다시 부르시기 위해 맡겨 주신 것 같습니다. 베드로 성인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 많은 기도로 준비하겠습니다.”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한 장대성씨는 연극 ‘달수의 저지 가능한 상승’, 뮤지컬 ‘현정아 사랑해’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 공연된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는 자베르 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