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목에서 예수께서는 양우리의 문으로 드나드는 사람과 돌담을 넘나드는 사람과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정문을 통하여 드나드는 사람은 주인이고 담을 넘어 다니는 사람은 도둑이다. 곧 이어서 가르치는 비유는 양우리의 문과 양과의 관계로 비교하는 설명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 문은 예수 자신을 가르치신다. 『나는 문이다』이 문을 통하여 들어 오는 사람은 모두 구원될 것이며, 마음대로 드나들며 목장에서 배불리 풀을 뜯어 먹을 것이다. 예수는 구원에 이르는 문이다. 그분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구원받지 못한다. 후에 예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가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요한14, 6).
『나는 문이다』라는 명제는 『나는 생명의 샘이다』(요한3, 16, 36, 5, 40, 6, 33, 35, 48, 51, 14, 6, 21, 31)라고 하신 말씀과 맥을 같이 한다. 예수께서는 당신을 생명의 물(요한4, 10) 생명의 빵(요한6, 35) 생명의 물이 흘러 나오는 샘(요한71, 38) 생명의 빛(요한 8, 12)이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양들이 풀을 뜯어먹는 목장이라고 제시하신다.
양들은 이 목장에서 삶을 영위할 것이며 이 목장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경계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다. 양들을 훔치고 잡아 먹으러 오는 도둑들을 경계해야 한다.「나보다 먼저 온 사람은 모두 다 도둑이며 강도이다」여기서 예수보다 먼저 온 도둑이나 강도들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얼핏 구약시대의 인물들을 지칭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아브라함 모세 다윗 같은 성군들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백성들은 그들을 목자로서 따랐기 때문이다. 도둑이나 강도로서 양들에게 접근해 온 자들은 양들을 훔치고 죽이고 양우리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장막절 설교에서 하신 말씀을 마음속에 두고 계셨을 것이다. 『너희는 악마의 자식들이다. 그래서 너희는 그 아비의 욕망대로 하려고 한다. 너희 아비는 처음부터 살인자였다…』(요한8, 44). 이 악마의 자식들은 진리를 외면하고 거짓을 일삼는 자들로서(대목 160참조)다른 곳을 통하여 양우리에 침입하는 자들이다. 요한복음 사가는 자칭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거짓 예언자들과 거짓 구원자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선량한 양들은 결코 그들의 속임수에 넘어 가지 않는다. 이 양들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양들이며 이 착한 목자에게만 속해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외의 다른 사람의 소리를 따르지 않는다. 여기서 도둑과 목자의 대조는 사탄과 예수의 대조임을 알 수 있고 이 대조는 후세에 가서 세속과 교회의 대조로 발전되어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도둑의 속성은 양들을 훔치고 죽이고 파괴하는데서 찾아 볼 수 있고 『나는 문이다』라고 언명한 예수는 양들을 살리고 먹여 길러서 풍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예수가 「구원의 문」이라는 개념은 이미 초대교회의 구원론에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성 이냐시오(35~107년경)는 이 대목을 해석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께로 가는 문이다.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 그리고 예언자들, 사도들과 온 교회가 이 문을 통과하여 들어 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아브라함, 이사악 등 구약인물들이 열거된 것은 요한 10장5절의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이다』라는 말씀의 오해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구원의 문에 관한 요한의 개념과 병행하여 마태오복음서는 구원에 이르는 좁은 문(7, 13)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2세기의 외경문서 「헤르마스의 목자」라는 책은 요한과 마태오의 구원의 문을 한데 합쳐서 그 문은 하느님 나라로 들어 가는 문이며 하느님의 아들만이 그 문의 역할을 한다. 아무도 그 아들을 통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목마른 사람에게 목을 적셔 주는 생명의 물이며 배고픈 사람에게 먹이를 주는 생명의 빵이라는 교설을 전에 들었다.
지금은 당신이 생명의 목장이라는 말씀을 듣고 있다. 자신을 생명의 목장으로 제공하므로써 양들에게 풍성한 생명을 주시는 희생물이 된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요한복음 3장16절에서 예수께서는 하느님이 당신의 독생성자를 주셔서 그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멸망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하셨다. 여기서 그를 통하지 않고 침입자의 손에 들어가는 사람은 바로 그 멸망의 운명을 맞이 하게 된다고 하셨다.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우리에 들어 가는 한가지 방법, 영적인 양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 하늘나라에 들어 가는 단 하나의 길, 선한 모든 것에 이르는 유일한 수단, 이것은 예수이다.
이 문을 통하여 들어 오는 사람이 얻는 구원에 관하여는 요한복음서가 쓰여지던 1세기말에 로마의 글레멘스가(96년경)시편 108장, 20절『이것이 야훼의 문, 의인들이 이 문으로 들어가리라』한 말씀을 예수를 지칭하는 말로 해석하였고 이 문을 통하여 들어가는 모든 사람은 한 목자 밑에 한 우리의 양이 되어 구원의 공동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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