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거짓말」이란 불란서 만화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 할 수 없지만 설명을 하자면 대강 이러합니다. 어떤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에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약속을 합니다. 『3개월 후에는 상의를 홀랑벗고, 또 3개월 그러니까 총6개월 후에는 아래까지 홀랑 벗고 여러분 앞에 나타나겠노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여인이 정말 약속을 지킬까 의심하면서도 호기심과 기대를 갖고 3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정확하게 3개월 후에 그여인은 정말로 상의를 홀랑 벗고 나타나서 자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며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힘있게 말합니다. 그리고『3개월 후에 여러분은 내가 약속을 지키는 사람임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이미 흥분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믿지 않으려하고 어떤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 생각에 거금을 걸고 내기를 한 사람도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히 커졌습니다.
약속한 3개월이 되는날 광장에는 대단한 관중들이 모였습니다. 드디어 약속한 여인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체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했지만 그녀는 뒤로 돌아서있는채 가만히 서 있다가 내려가 버렸습니다.
그녀는 분명히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속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첫 3개월후에 했던 것처럼 앞쪽을 향해 서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벗고 나타나겠노라고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성실히 지켰노라고 말할 것입니다. 관중들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속은 기분이 들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속인 사람은 없지만 속은 사람은 있습니다. 거금을 내기에 건 사람은 서로 이겼다고 해도 되고 둘다 졌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재판을 해서라도 이기려 하겠지만 진 사람은 어쨌든 억울할 것입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 약속때문에 시민들간에 한가지 싸움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며 이는 곧 서로의 분열을 뜻하고 불신이 더 커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정치가들도 약속하기를 좋아 하는데 이제 선거철이 되면 어떤 기발한 약속들이 난무할지, 또 그 약속들이 어떻게 지켜질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일 입니다. 우리는 지난번 선거때 한 그들의 약속들이 지켜진 것 같기도하고 안 지켜진 것 같기도 한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무슨 대책 회의나 결정 같은 것도 그렇습니다. 지난해에는 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적이 있는데 그후 범죄가 별로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없습니다. 아직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백중세의 전쟁인가 봅니다. 어쩌면 서로가 전쟁을 하는게 아니라 병정놀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성서를 읽고 성서대로 좀 살아봤으면하고 기대해 봅니다. 성서의 하느님은 해방자를 약속하셨고 하느님의 아들을 사람이 되게하여 이 세상에 보내 주셔서 오늘 복음성경에서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습니다.
약속되신 분이 예수임을 우리에게 확인시키시기 위하여 여러가지 기적을 하시는데, 이는 이사야(61, 1~2)의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눈먼 사람이 보게되고, 절름발이는 잘 걸을수 있게 되고, 귀머거리는 잘 들을수 있게 되고, 벙어리는 말 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은총의 해」를 선포했기에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는 효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수는 이 효과를 위하여 온 나라를 찾아 돌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손에 죽었지만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명을 바치고 일생을 바쳐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너무 분열된 사회 그리고 불신시대에 살고 있다고 누구나 말합니다. 그래서 옛날에 새마을운동도 해봤고 지금은 신뢰회복 운동도 해봅니다만 믿으면 영락없이 어리석은 자가 되어버리니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으려면 일단 의심을 품고 관계를 시작해야 합니다.
무슨 요금이나 기름값 같은 것도 올리지 않는다면 머잖아 어김없이 오르고 정치 안한다고 하던 사람들도 며칠만 지나면 창당한다고 하고, 그러니 일단 의심하고 질문 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인정 받게됩니다. 이런 대단한 사항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사소한 약속들을 정직하게 지켜 작은 불신들을 하나씩 나부터 없애가는 길밖에 이 시대에 다른 처방은 없어 보입니다.
적든 많든 거스름돈은 반드시 확인해야 겠지만 어떤땐 너무 각박한 느낌이 들고, 시간을 물어놓고 대답해주면 또다시 자기 눈으로 내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확인하고서야 믿는 사람을 보면 슬픔을 느낍니다.
나도 한가지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신문 등에서 선전 광고를 볼 때,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상품 광고를 꼭 나를 속이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서 무시해버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따라서 거기에 소개되는 모든 선전들도 다 거짓일 거라고 판단해 버립니다. 그리고 속으로 「나도 똑똑한 사람인데 속나 봐라」하면서 통쾌한 마음으로 넘어갑니다.
안속을려고 바둥대며 사는 것 보다 대강 속으면서 맘 편하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듭니다. 모두가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사소하지만 자주 일어나는 관계에서부터 서로 믿으며 사는 세상이 오겠지요. 어리석게 믿어서 죽게라도 된다면 피부로 느낄만큼 예수 닮은자 될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어리석은 자의 지혜를 가르쳐주고 그렇게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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