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는 계시종교라는 면에서 다른 자연종교들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지닌다. 자연종교는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 기반을 두고 선과 미와 절대자를 추구하며 인간 윤리성의 높은 상태를 희구한다. 이러한 자연 종교론은 17~18세기 이후 이성주의자들과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주창되어, 종교의 본질은 계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선천적으로 이성에 의해 파악할 수 있는 최고신에 대한 존재, 상선벌악, 영생에 대한 희망이 신앙의 주요한 요소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종교의 본질로서 계시나 구속과 같은 것은 그다지 중요한 개념이 아니며 신가 인간의 중재자인 그리스도도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러한 종교들은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 바탕을 둔 이신론, 윤리종교의 형태를 띤다. 반면에 계시종교는 인간의 구원적 삶과 영원의 문제를 신이 계시하여 주신 가르침에 근거하여 신봉되는 종교라고 할수있다. 계시종교에 속하는 종교들로는 그리스도교를 위시하여 크게 유대교, 이슬람교가 이에 속한다.
계시(revelation)란 「열어 보여주다」는 뜻이다. 이말의 어원은 「revelare」라는 말에서 왔는데, 이 말은 「제거하다」「떼다」는 뜻의 「Re」와 휘장이라는 뜻의「velum」이 합하여 된 말이다. 즉 「휘장을 제거하다」는 뜻인데 그리스도교적으로는 「감추어진 하느님의 신비가 알려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종교에 있어서 「감추어져 있는 신비」란 「거룩한 것」(聖, Das Heilige, Sanctitas)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감추어져 있는 하느님의 신비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인간의 계시인식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의 계시헌장(6항)에서는 제1차 바티깐 공의회의 가르침「(신앙헌장, 2장 : DZ 1786(3005)」을 수용하면서 인간의 계시인식은 인간의 자연 이성으로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신적 조명을 받은 이들이 인식한 계시는 보다 완전한 것이며, 이들 중에는 예언자, 현자, 성서기자들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계시의 충만함이시며 완성이시라고 고백한다(계시헌장2항ㆍ7항). 예수님이야말로 하늘나라의 신비를 여러가지 비유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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