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계시는 시간과 공간속에서 선포된다. 공간은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말하며, 시간은 하느님께서 주도하시는 역사를 말한다. 인간이 계시를 인식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 속에 선포되는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한다. 즉,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만물은 공간속에 배치되어 있는데 그 세상만물 각각에 하느님의 섭리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인간의 계시체험의 한 양식은 창조질서 안에 새겨 져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는데서 이루어진다. 가령「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낮이 지나면 밤이 온다」「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엔 잎이 떨어진다」라고 하는 자연법칙을 발견했을때, 인간은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세상사물에 그러한 법칙을 주신 분을 인식하게 되며 창조주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자연법칙뿐 아니라 인간의 문제들도 이에 해당한다. 「인간은 늙게되고 결국 죽는다」「선한 일을하면 마음을 즐겁게하고 악한 일을 하면 마음을 괴롭게한다」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러한 삶의 원리를 체험하게 될 때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되고, 계시 인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계시인식의 또 다른 한 형태는 시간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시간 안에서 또한 구원이 이루어진다. 시간은 바로 역사이다. 그런데 역사안에 발생하고 이루어진 사건들은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를 지닌다. 그러므로 역사적 사건들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될 때 계시체험이 이루어진다. 바로 예언자들은 시대의 징표를 보고 하느님의 뜻을 깨달아 인간이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계시는 인간의 양심과 대자연을 통해 인식되고 시간과 공간 안에서 선포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체험한 이들에 의해 인간에게 알려 진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계시를 인식한 이들이 구약의 예언자, 헌자들이며, 신약에 와서는 모든 계시의 절정이시며 완성이신 예수님 그리고 예수를 그리스도로 선포한 사도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스도교는 이렇게 시간과 공간 속에 선포된 하느님의 섭리를 인식한 계시를 바탕으로 신앙의 체계가 이루어져 있는 종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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