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낚시는 참 매력있는 휴식입니다. 우선 잡다한 일들로부터 떠나서 맑은 공기와 자연에 묻혀 입질 순간을 긴장하며 기다리다, 생각나면 맘껏 심호흡을 하고 기지개를 펼때 점점 흰 구름은 낚시꾼의 관객이 됩니다. 한달에 한두번의 나들이가 기다려지고 다녀온 날의 낚시가방 정리는 다시 갈 날의 준비입니다. 갈 때가 지났는데 못갈 사정이 있어 다른 일이라도 하게되면 공연히 인생을 손해 본 것 같고 다른 일들도 손에 잡히질 않아 짜증이 납니다.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도 물고기를 낚으러 다닌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때에 낚시를 못가서 허둥대다보면 마치 물고기에게 코를 꿰어 있는 듯 합니다. 말하자면 낚시꾼이 물고기에게 낚여 있는 셈이지요.
사람은 자주 자신이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에 매여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 권력에 매여 있음을 가끔 발견합니다. 자기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남보기는 그렇습니다. 국회의원이 무엇하는 분들인지 모르지만 상당한 권력이 있는 모양인데 그러니 거기 매달려서 공천받으려 애쓰는데서부터 선거를 치루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참 비굴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가진다」는 말이 소속감을 나타낼 때도 있습니다. 「가정을 가진다」「종교를 가진다」할 때는, 거기에 속하고 매이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 성경에서 예수의 첫번째 제자들은 어부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직업적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이었으며 앞으로 예수님은 그들을 직업적으로 사람 낚는 임무를 맡기시려 합니다.
본시 제자의 임무는 이 땅에서 예수의 사명을 지속하는 것이며 실제로 사람을 낚는 일입니다. 그리고 예수의 제자는 성직자나 수도자만이 아니라 세례를 받은 모든 크리스찬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 제자들에게 『그러므로 여러분은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드로가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마태 28,19)라고 임무를 주셨습니다.
이제 모든 신자가 다 예수의 제자라고 할 때 모든 신자는 사도직의 직분에 참여하고 있음이 명백해 집니다. 말하자면 세례를 받은 모든 신자는 예수의 제자로서 물고기를 낚아야 할 사명도 함께 받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명이 예수의 지상 사명을 이어받은 것이라 생각할 때 영광스런 직분임을 깨닫게 됩니다. 즉 요사이 자주 듣는 말로 예수의 「후계자」들이 된 것입니다. 정치가의 후계자를 생각하면 이보다 더 영광스런 직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신앙인은 이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투자한 것입니다.
직업적인 어부들이 사람 낚는 일에 직업적으로 나서야 하므로 그들은 배와 그물들을 버리고 예수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낚시꾼들은 물고기 낚는 일에 열중하지만 자신의 직업을 굳이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즐겁게 낚시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얼마나 낚시를 못하게 되면 인생을 헛되이 보내는 듯 한 느낌을 갖고 직업이나 자기가 해야 할 일에 열중하면서도 낚시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져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맡겨준 그 고귀한 직분을 언제나 기억하고 사도직에 적극 나서고 싶은 열정을 보존해야 겠습니다. 사도직은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일거리를 맞이 하는 것이 아니고 옛날 그리스도 처럼 또한 사도들 처럼 물고기를 찾아 나서야 하며 돌아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낚시터를 알아 보기도 하고 어종이나 씨알 그리고 미끼 등 각종 정보에 귀를 열고 있어야 합니다. 이래서 교회의 공지사항에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다른 신자들과 대화로 어디에 교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냉담자나 환자가 있는지, 그 사람은 무엇하는 사람이며 그들의 관심과 취미는 무엇인지 등등 각종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언제라도 기쁘게 출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겠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 틈틈이 낚시 잡지를 읽듯 교회 출판물에도 친숙해야 할 것입니다.
이쯤되면 그 낚시꾼은 물고기에 낚인 낚시꾼이라해도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란 말의 첫 글자와 끝 글자들을 따 모으면 희랍어의 「익뚜스」즉 물고기란 뜻이 됩니다. 따라서 로마 박해시대 신자들끼리의 암호로 땅 바닥에 물고기 그림을 그렸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라는 영화도 이해가 됩니다. 그 물고기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었습니다.
이제 낚시꾼이 물고기에 낚인 것은 예수에게 낚여 있다는 생각이 납니다. 허구한 날 눈에 보이는 물고기를 낚으러 다닌 것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은 물고기에 낚여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그리스도 신자는 낚시꾼이며 또한 동시에 그리스도에게 낚여 있는 사람들입니다. 직업적인 낚시꾼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랐다고 하지만 사람을 낚는 일의 본질적 가치는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이를 위하여 어느정도의 포기가 따릅니다. 어쩌면 이 포기는 귀한 것을 가지기 위한 투자입니다. 물질적인 투자, 시간적인 투자,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랑하는 맘으로 교회에 바치는 모든 것도 결코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동지들이여, 이제 언제라도 떠날수 있게 슬슬 낚시가방을 챙겨 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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