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신앙에서 십자가 긋는 예 많아
민간신앙에서 악마와 악귀를 쫓는데 열십자(十)를 이용하는데 경우가 있다.
▲횡현(병의 일종)이라는 병은 두더지 발톱으로 환부에 열십자 모양으로 그리면 낫는다(경남) ▲유행성 감기의 치료에는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 사거리(십자로)에 두고 기도한다(황해) ▲밥그릇 위에다 젓가락 두개를 십자로 올려 놓고 물을 부은 다음 그물을 마시면 적리(赤痢)가 낫는다(황해) ▲어린아이의 시체를 묻을 때에는 무덤 위에 대나무를 열십자로 꽂아 두면 여우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경남) ▲사거리 위에 흙을 가져와 설날 아침 일찍이 집 마당에 놓아두면 그 해 가족들의 건강에 아무런 탈이 없다(경남). ▲눈언저리에 종기가 났을 때는 오른손 둘째 손가락 손톱에다 열십자를 그리고 기도하면 낫는다(전남). ▲콜레라가 성행할때 사거리에서 개를 죽이고 도신(道神)에게 제사 지내면 그 마을에 어떤 병도 발생하지 않는다. (강원) ▲보통 전염병은 짚으로 만든 말 또는 종이에다 말을 그리고 거기에다 밥ㆍ술안주를 바치고 나쁜 병귀를 네거리로 보내면 났는다(경기). ▲설날에 동쪽으로 난 복숭아 나뭇가지로 칼을 만들어 그 칼로 24방위 중 가족의 운세에 의해 판정되는 나쁜 방향쪽의 벽이나 문을 향하여 열십자로 자르면 그 방향으로 여행을 하든 무엇을 하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다(경주).
십자로가 대개 귀신을 막고 물리치는 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그곳 흙을 설날에 마당 안에 깔면 일년 내내 가족을 보호하고 아무런 탈이 없도록 하는 힘이 있다고 사실에서 본다면 십자로가 일종의 마력을 가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젓가락을 열십자 모양으로 밥공기에다 올려 놓고 부은 물이 적리라는 병을 치료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대나무를 열십자로 꽂으면 묻혀 있는 시체를 여우나 너구리로부터 지키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은 젓가락이나 대나무에 그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노리고 있는 십자형에 있는 것이다.
■ 감실과 성주단지
가톨릭에서 감실안에 성체를 모셔놓듯이 우리 민간신앙에서 가택신(家宅神)으로 성주신을 모셔놓는 데 성주의 신체(神體)가 오지 단지에 쌀을 봉안하였다. 북방민족들 중에 가택신(家宅神)을 모시는 민족들이 더러 있으나 곡식자체를 신으로 봉안하여 섬기는 것은 우리나라 뿐이다.
성주는 가택(家宅)의 모든 신을 통솔할 뿐만아니라 가내의 평안과 부귀 일체를 성주신이 관장하는 것이라 믿어 이 성주신을 최고의 가택신(家宅神)으로 가내에 봉안하고서 부귀를 기원하는 신앙 풍속이 있다. 가옥을 신축하여 입주하던가 이사 했을 때 이신을 새로 봉안하는 의식이 있고 매년 봄과 가을에 하는 안택 고사나 굿이 성주신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안방 뒷마루의 서까래 밑에 나무 선반을 맨 그 위에다 조그만 오지단지에 쌀이나 벼를 넣어 백지로 봉하고 무명실로 동여맨 것을 놓은 것이다.
지역에 따라 단지에 오지로 만든 뚜껑이나 나무뚜껑을 덮어놓기도 한다. 쌀이 없는 섬에서는 성주단지에 보리를 넣는 경우도 있다. 성주단지는 되도록 보기가 좋고 아무것도 담지 않았던 새것으로 한다. 우리나라 북부지역에서는 단지 대신에 나무 상자를 쓰는 경우도 있다.
성주단지에 넣는 쌀은 그 해 첫 수확한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으로 하며 싸라기나 뉘는 전부 골라낸다. 성주쌀은 1년에 한번씩 가을에 햅쌀로 바꾸어 넣는다. 성주단지에 쌀을 갈아넣는 일이나 성주단지를 관리하는 일은 그집의 부녀자중에 제일 어른이 한다. 성주단지에 쌀을 갈아 넣는 날은 목욕재계를 하고 대문에 금줄을 치기도 한다. 성주단지를 아무나 만지거나 열어보는 것은 절대 금기로 되어있다.
어느 가정에서는 성주쌀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염려하여 벼를 시루에 쪄서 디딜방아로 찧어 겨를 다 벗겨낸 다음 말려서 성주단지에 넣는다. 역시 1년에 한번씩 햅쌀로 바꾸어 넣으며 성주단지에서 나온 쌀로 밥을 지은 것은 부정한 사람 즉 아기를 갓 낳은 여자, 상중에있는 사람, 걸인에게는 주지 않는다. 걸인은 아무집이나 출입함으로 부정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대체로 성주단지에서 나온 쌀은 가족들이 먹는다.
영원한 생명의 양식인 성체를 모셔둔 감실처럼 민간신앙에서 단지에 쌀을 넣어놓고 성주 신체(神體)로 섬겼던 것이다. 김태곤씨는 「한국민간신앙연구」에서 이렇게 적고있다.
『성주는 천신(天神)이 가택신(家宅神)으로 좌정한 것이기 때문에 성주라는 말은 천신이라는 말의 상주(上主)에서 온 말이라 생각된다. 이 천신으로서의 상주(上主)의 사이 음성모음화하여「성」으로 성주가 된 것이다』.
가택신의 성주는 곧 하느님이라 생각된다. 민간신앙의 특징은 교리가 없으며 좋은 것은 다 받아들이는 속성이 있으므로 가톨릭에서 모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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