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 20분 전, 나무 아래에 의자를 놓고 고해소를 차립니다. 고해소에는 ‘손님’이 뜸합니다. 가끔 찾아와주는 할머니와 아이들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움까지 느낄 정돕니다.
남수단에 와서 처음엔 미사가 참 답답했습니다. 평일미사 30분, 주일미사라도 1시간 안에 마쳤던 한국에서의 템포를 갖고 미사를 봉헌하다보면, 답답하기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주일미사는 10시입니다. 그런데 한 번도 10시에 미사를 시작해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10분 정도는 늦어집니다. 일부러 제가 제의를 먼저 입고, 정시에 시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종을 쳐도 복사와 알렐루야 댄서(율동부)들은 여유롭습니다.
겨우 준비가 되고 입당을 시작합니다. 성가대가 노래를 시작하면, 십자가를 선두로 알렐루야 댄서들이 율동을 하면서 입장합니다. 저는 알렐루야 댄서들의 스텝을 유심히 바라봅니다. 한발 두발 가는가 싶더니 다시 반걸음, 또 반걸음을 뒤로 돌아옵니다. 결국엔 하나 둘 셋 넷 박자에 반 발자국 전진합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대에는 언제 도착하나 하고 한숨이 절로 납니다.
이렇게 천천히 가다보니 첫 번째 성가가 끝이 났습니다. 다음 성가를 이어 부르는데, 그 사이에 앞장서가던 십자가 복사가 멈추어 서서 가질 않습니다. 성가소리가 멈추면 복사도 멈춰 섭니다. 한 번 더 한숨이 나옵니다.
겨우 제대에 도착했습니다. 성당 입구에서 제대까지 20미터가 채 안 되는데, 도착하기까지 5분이 걸립니다. 이제 제대에 도착했으니 성호경을 긋고 미사를 시작해야하는데, 성가가 끝나질 않습니다. 반복 또 반복, 끊임없는 반복이 이들의 특징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휘자를 바라보지만, 지휘자는 절 바라봐주지 않습니다.
아강그리알 성당의 주일미사 입당 행렬.
미사 안에서 복사와 알렐루야 댄서들의 행렬은 복음서 행렬과 봉헌 행렬, 이렇게 두 번이 더 남았습니다. 한 발자국 전진했다가 반 발자국 후진하는 댄서들의 행렬을 제대 앞에서 두 번이나 더 기다려야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파견 강복 전, 누군가가 성가를 시작하며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북을 치고 박수를 치며 호응합니다. 그러면 또 누군가 제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한 바탕 춤사위가 펼쳐집니다.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에 흥이 있습니다. 행렬에 앞장서는 알렐루야 댄서들에 이끌려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갑니다. 거룩하시도다 성가에 절로 팔이 올라가고 흔들게 됩니다. 어떤 날은 파견 전에 벌어진 춤판에 뛰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 생각이 아직 저의 부끄러움을 이기지는 못해 박수 치며 환호하기만 합니다.
비록 반걸음씩 천천히 나아가는 입당행렬이지만 느릿한 움직임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성가에는 하느님을 향한 찬미와 찬양이 담겨져 있음을 느낍니다. 퇴장을 하고 마당에 나가보니 나무 아래서 또 노래와 춤판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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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